한 배에 ‘일병 김선우’ 세 명…어떻게 이런일이

18일 해군2함대 청주함에 동일한 계급과 이름을 갖고 있는 갑판병 일병 김선우(왼쪽 첫번째), 보급병 일병 김선우(왼쪽 3번째), 추진기관병 일병 김선우(왼쪽 4번째)와 청주함 주임상사 김동석 상사(왼쪽 2번째)가 청주함을 배경으로 손을 맞잡으며 기념촬영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일병 김선우, 현문 보고”

함내 방송이 떨어지자 서로 다른 3명의 김선우 일병이 동시에 달려 나온다. 서로 보직은 다르지만 ‘동명이인’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 해군 2함대 청주함(1500톤급 호위함)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20일 해군에 따르면 청주함에는 같은 계급과 이름을 갖고 있는 김선우 일병이 3명 있다. 추진기관병 김선우(金仙宇·23·해상병648기), 갑판병 김선우(金善祐·21·해상병649기), 보급병 김선우(金宣宇·21·해상병649기)로, 비슷한 시기 청주함으로 배치돼 왔다.

해군은 “수병이 한 기수에 대략 1000여명 정도가 배출된다고 하면 그 중 동기가 같은 함정에 배치될 가능성은 낮다”며 “무작위 전산배치니 운에 맡겨야 한다. 거기에 이름도 같다면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들 3명 중에서 추진기관병 김선우 일병이 해상병 1기수 선임이자 나이도 많아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휴가복귀 때 선물을 사오는 것은 기본이고 가끔 연애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함정에서 이름이 같은 후임 일병들이 친동생 같아 정이 많이 간다”며 “가장 선임이자 연장자로서 후임 수병들을 잘 이끌어 서해 북방한계선을 수호하는 필승함대 2함대의 전통을 이어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갑판병 김선우 일병은 ‘청주함 다빈치’로 불린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바다’를 소재로 많은 그림을 그렸고 동국대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중 자연스럽게 해군에 지원했다.

18일 갑판병 일병 김선우(왼쪽 3번째)가 그린 휴게실 벽화 '청주함 히어로'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청주함 휴게실에는 그의 벽화도 걸려있다. 부서장의 제안에 따라 김 일병은 작업 중 남은 페인트를 활용해 그림을 그렸고 붓과 손가락을 활용하며 예술적인 표현을 담았다. 그렇게 ‘청주함 히어로’라는 벽화가 탄생했다.

특히 그의 벽화작업에는 2명의 다른 김선우 일병들이 조수 역할을 하며 도움을 줬다. 3명의 김선우가 만든 청주함 히어로는 함정의 명소가 됐다.

보급병 김선우 일병과 갑판병 김선우 일병은 훈련병 시절부터 함께했다. 해군교육사 기초군사교육단에서 훈련을 받을 때 같은 이름의 동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고 이들은 회상했다.

훈련교관이 호명할 때 둘이 같이 달려 나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1명은 해당되지 않는데 같이 훈련장에 나가거나 가족들에게 오는 편지가 번지수를 잘못 찾아간 경우도 있었다.

보급병 김선우 일병은 “살면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신기한 인연인 만큼 우리 청주함 김선우 일병은 끈끈한 전우애를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세 사람은 어느 때보다 끈끈한 전우애로 똘똘 뭉치고 있다. 이름은 같지만 각기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서해 최전선에서 바다를 지키는데 매진하고 있다.

김동석 청주함 주임상사는 “계급도 같고 이름도 같고, 서로를 항상 챙기고 위해주는 행동도 같다”며 “바다에 나가 있는 경우가 많아 함정근무가 쉽지 않을텐데 이들 세 명은 해양주권을 수호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다른 동료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