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억 지회장 체포, 집회금지장소 등 요건 따른 것"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6명이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고김용균씨 사망 사고의 진상규명,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등을 요구하며 18일 오후 서울 청와대 정문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다 가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제공) 2019.1.18/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 지회장이 청와대 청문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여 현행범 체포된 데 대해 민주노총 등이 "공권력 남용"이라며 반발하자 경찰이 "요건이 되어 체포한 것"이라며 재차 반박하고 나섰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법행위시 비례원칙에 의해 엄정하게 대응하는 것이 경찰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원 청장은 "그날 체포한 건은 집회금지 장소였고, 사안의 명백성이나 도로로 뛰어든 긴급성, 경찰에 강력히 저항하는 등 도주와 증거인멸 등의 요건이 돼서 체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회장은 1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소속 노동자 5명과 함께 집회가 금지된 청와대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이들은 '김용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비정규악법 폐기 노조법 2조 개정' '불법파견 사용자 처벌 정규직 전환' '공공부문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비정규직 이제 그만" "문재인 정부는 불법파견 처벌하라" "문재인은 답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다가 경찰에 저지당해 전원 연행됐다.


경찰은 6명 중 5명을 석방했으나 김 지회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지회장이 상습적·반복적으로 미신고 집회를 계속해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지회장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금속노조 법률원의 탁선호 변호사는 "이미 전날 체포 자체도 위법 소지가 매우 큰데, 체포를 해놓은 상태에서 과거 조사를 마친 건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런 식의 영장 신청이 가능하다면 수사기관들이 악용할 여지가 매우 크다고 본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원 청장은 "병합수사의 필요성이나 효율성이 있다고 하면 (가능하다)"이라며 "이전에도 (병합)할 수 있었겠지만 여러 사건이 병합되면서 그때가 적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지회장 등의 체포 당시 해산명령을 하지 않았다는 민주노총의 주장에 대해서는 "해산명령은 신고된 집회나 회견이 불법시위로 변질될 때 경찰의 재량으로 한다. 해산명령은 긴급성 때문에 한다고 볼 수 없다"며 "현장에서는 (김 지회장 등이) 도로로 뛰어들었고 금지장소였기 때문에 해산명령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김 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페이스북에 게재한 자필 탄원서에 "(김 지회장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문제 해결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정규직 전환을 위해 피켓을 또 든 것"이라며 "제게는 그분도 고마운 분이고 제 아들로 인해 구속된다고 하니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판사님께서도 저의 이런 마음을 헤아려 구속되지 않도록 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