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구속 여부 '사법농단 직접개입 물증'에 달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의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대법원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2019.1.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3일 결정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개입 등 영장 범죄 사실에 직접 개입했는지를 입증할 물증이 혐의 소명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52·27기)의 심리 아래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릴 예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는 23일 밤 늦게 또는 24일 새벽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8일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가법상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검찰 측에서는 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한 신봉수 특수1부 부장검사(48·29기) 등과 양 전 대법원장을 직접 조사했던 단성한(45·32기)·박주성(41·32기)·조상원(46·32기) 등 특수부 부부장검사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조사에 입회했던 최정숙(52·23기)·김병성(40·38기) 변호사가 함께 심문에 참여할 예정이다.

구속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은 양 전 대법원장이 관여했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의 중대성과 얼마나 개입했는지 상당성에 대한 소명에 달려 있다. 단순 지시·보고를 넘어 직접 주도했다는 중대성이 부각될수록 구속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에는 총 40여개의 범죄사실이 포함돼있다. 그중 Δ일제 강제징용·통진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 재판개입 Δ법관 사찰 및 블랙리스트 인사불이익 Δ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 헌법재판소 비밀수집 및 누설 Δ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전용 등이 핵심 혐의로 꼽힌다.

검찰은 개별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고, 관련자 진술과 물적 증거로 상당 부분 소명이 됐음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며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급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을 먼저 구속기소하며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했다고 적시한 만큼, 공범이 이미 구속돼 있다는 점을 들어 형평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앞서 마찬가지로 임 전 차장과 공범으로 보고 청구한 전 대법관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관여 범위 및 공모 관계 성립'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각한 바 있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나서 개입한 부분을 앞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주도했다는 객관적 물증을 내세워 신병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제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측 변호를 맡은 김앤장 변호사와 양 전 대법원장이 여러차례 독대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그 중 하나다.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등에 쓴소리를 한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직접 'V' 표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 문건과 양 전 대법원장을 상징하는 '大' 표시가 기재된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의 업무수첩 또한 스모킹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거와 신분이 확실해 도망의 우려가 없다는 점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압수수색 당시 자발적으로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제출하고, 검찰의 소환에 순순히 응하며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인 점 또한 구속수사 필요성을 약화할 수 있다.

증거인멸 우려와 관련해선 이미 검찰이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자신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증거를 수집한 상태라 인멸할 우려가 없다고 법원이 판단할 경우 구속 사유로 인정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의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법원이 '재판개입은 대법원장의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는 등 법리상 직권의 범위를 엄격히 해석할 경우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 차례 기각됐던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62·12기)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이날 같은 시간 서울중앙지법에서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45·27기)로부터 심문을 받게 됐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박 전 대법관 영장의 기각 사유였던 임 전 차장과의 공모 관계 소명 부분을 보강했다. 아울러 박 전 대법관이 고교 후배의 형사 및 행정소송 사건과 관련해 법원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무단 열람했다는 혐의 등을 추가해 다시 한 번 신병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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