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빚진 사람의 유증 포기, 사해행위 취소대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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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 대법원. 2019.1.2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빚진 사람이 부동산 유증(遺贈·유언으로 재산 일부를 무상증여하는 것) 받기를 포기하는 것은 돈을 갚지 않으려고 재산을 빼돌려 돈 빌려준 사람의 강제집행을 어렵게 만드는 '사해행위(詐害行爲)'가 아니라서 취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장모씨가 조모씨 등을 상대로 낸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조씨의 유증 포기행위 취소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법상 유증받을 자는 유언자 사망 뒤 언제든 유증을 승인 또는 포기할 수 있고 그 효력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에 소급해 발생하므로, 채무초과 상태인 채무자라도 자유롭게 유증받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채무자의 유증 포기가 직접적으로 재산을 감소시켜 유증 이전보다 악화시킨다고 볼 수도 없다"며 "유증 포기는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장씨에게 2006년 4월 2억원을 빌린 조씨는 원금과 원금 변제 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을 갚을 의무가 있는데도,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채무초과 상태에서 2015년 9월 사망한 아버지가 남긴 부동산 유증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에 장씨는 대여금 반환과 함께 '조씨의 유증 포기는 자신을 포함한 채권자들에 대한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사해행위'라며 유증 포기행위 취소 및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쟁점은 빚진 사람의 유증 포기가 민법상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해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되는지였다.

1,2심은 "유증에 대한 자유의사는 유증받는 자가 채무초과인 경우에도 존중될 필요가 있고, 유증은 유언장 등이 공개되기 전까진 존재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워 채권자의 기대 형성에 기여하는 바가 상속보다 오히려 적다"며 유증 포기는 사해행위 취소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조씨가 2억원과 관련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것만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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