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밀린 세계 항구 1위 홍콩의 추락…15년 사이 7위로

한 인부가 지난해 10월 20일 홍콩항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한 때 전 세계 항구 순위 1위를 자랑하던 홍콩항이 하락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홍콩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맞물려 더욱 추락의 속도가 가팔라지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홍콩 당국 통계를 인용, "지난해 홍콩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2017년 대비 5.4% 하락했다"면서 "홍콩이 기존 세계 항구 순위 5위에서 2단계나 낮아진 7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1개월 간 부산항의 물동량은 5.8%, 광저우항은 7.1% 상승하며 홍콩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최대 터미널 운영업체인 '홍콩국제터미널'은 전 직원의 임금을 동결했다. 그동안 경쟁 상대였던 홍콩 내 다른 터미널업체들과도 비용을 낮추기 위해 협업하기로 했다. 홍콩국제터미널은 "지난해 미중무역전쟁과 심화된 경쟁으로 홍콩 항만업계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올해에도 그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4년만 해도 세계 최대의 항구였던 홍콩은 최근 15년 사이 급격히 쇠퇴했다. 2004년 홍콩을 드나든 선박 수는 15만척에 달했지만, 현재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동안 중국 본토로 오가는 대다수의 물품이 홍콩항을 거쳤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본토의 항구들이 성장하면서 홍콩항은 점점 밀려나고 있다. 홍콩을 거치지 않고 직접 중국 도시들로 운송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안으로 중국 산동성 동부의 칭다오항마저 홍콩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상하이항은 지난 9년 동안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홍콩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 때문에 홍콩항이 쇠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홍콩이 부진한 가운데 중국 본토 이외 인근 아시아 국가의 항구들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5년 간 부산의 물동량은 80%, 싱가포르는 50% 늘어났다. 그동안 싱가포르는 항구 정박지를 신설하고 중국 코스코 및 일본 해운사인 ONE(Ocean Network Express)과 협업할 터미널 운영업체 창업을 지원하는 등 사업 유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부산항 역시 지난 3월 항만이용료를 내리고 화물을 더 많이 들여오는 업체에 자금지원을 약속했다.

반면 홍콩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10번째 터미널을 짓자는 논의가 10년 넘게 진행됐지만, 홍콩시는 2014년에 비로소 실태 조사 및 개발 계획 구상에 들어갔다. 아직까지 논의만 오갈 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싱가포르 및 중국의 항구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가운데, 사기업이 운영하는 홍콩항이 정부 지원 없이는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

홍콩 정부는 최근 감세 정책 등의 구제책을 내놓았지만 기우는 홍콩항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 드류리 해운 컨설턴트의 한 닝 중국 책임자는 "시장 현황과 심화된 경쟁 구도를 봤을 때 홍콩이 다른 항구를 따라잡을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투자할 동안 홍콩은 가만히 있었다"면서 "홍콩이 세계 항구 5위권으로 다시 부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