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권주자 잔혹사…안희정·김경수 다음은 이재명?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권이 충격에 빠졌다. 차기 대권주자로 불리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수인복을 입어서다. 지난해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김 지사까지 더불어민주당 거물급 정치인들의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30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선고공판에서 선거법위반(공직 거래 혐의)에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업무방해(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날 판결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여권 내 핵심 실세로 꼽히던 김 지사가 정치생명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여권 내에서 가장 유망한 주자로 꼽혔던터라 충격은 더욱 크다.

지난해 상반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청와대와 민주당 등 여권은 적극 김 지사를 엄호해왔다. 김 지사는 불법 프로그램 개발이나 댓글조작 지시 의혹 등을 모두 부인했다. 높은 득표율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되면서 대중적 정당성도 확보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드루킹 일당이 자체 개발한 '킹크랩' 시스템을 이용해 조직적 방법으로 댓글 조작을 한다는 사실을 김 지사가 충분히 인식했고, 더 나아가 이를 지속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텔레그램이나 시그널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주요 증거로 삼았다.

김 지사는 드루킹과 지난해 6·13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이 부분 역시 "댓글 작업을 통한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동기로 센다이 총영사 인사 추천이 제안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김 지사가 곧바로 항소심을 신청하는 등 자신의 무죄 입증을 위해 나선만큼 추후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1심 판결밖에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며 "2심 등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무죄 입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대선주자 잔혹사의 시작은 안 전 지사다. 지난해 3월 안 전 지사의 비서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다.

안 전 지사는 강제성 등을 부인했지만 성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당은 안 전 지사를 제명했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달 9일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안 전 지사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많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난해 6·13 지방선거을 앞두고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논란이 대표적이다. 트위터 아이디 '@08__hkkim'를 이용하는 한 이용자가 과거 문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글을 게시했고, 이 지사가 이 글에 댓글을 달면서 불거졌다. 해당 아이디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여배우와 스캔들, 조직폭력배 연루설,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 활동설까지 겹쳐지며 한 때 대선주자 급으로 성장했던 이 지사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경찰은 '혜경궁 김씨' 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결국 검찰은 지난해 12월11일 증거부족 등을 의유로 김혜경씨를 불기소했다. 여러 의혹 중 일부만 무혐의로 밝혀졌고 아직 남은 혐의들이 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검사 사칭’ 등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 지사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경기지사직을 잃는다. 재판부는 이달 10일 열린 첫 공판 때부터 비교적 쟁점이 적은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사건에 대해 먼저 심리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선거범에 대한) 1심 판결 선고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돼 있어 1심 재판은 6월10일까지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