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로 변신한 美연준…"인내심 가질 것"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BBNews=뉴스1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사실상 '비둘기파'(통화완화주의자)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앞으로 금리결정에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더 나아가 필요할 경우 대차대조표(보유자산) 축소정책을 조기 종료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연준은 30일(현지시간) 올해 첫번째로 개최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시장의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2.25~2.5%로 동결했다.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연준은 정책성명서에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 약화된 물가압력을 고려해 적절한 연방기금금리의 목표범위에 대한 향후 조정을 결정할 때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연준은 2015년 제로 금리정책을 종료하고 금리인상을 시작한 이후 줄곧 정책성명서에 포함했던 '추가적인 점진적(further gradual) 금리인상'이라는 문구를 아예 삭제했다. 2015년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총 9차례 단행된 금리인상 행진이 종료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가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4일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연준은 경제가 어떻게 진전될지를 보면서 (통화정책에)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며 금리인상의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를 통해 정책금리를 기존 2~2.25%에서 2.25~2.5%로 0.25%포인트 올렸다. 그러면서 올해 금리인상 횟수 전망을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하면서 시장에 통화완화적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정책성명서 발표 이후 기자회견에서 "약해진 물가압력, 미국 경제둔화 때문에 금리인상의 근거가 다소 약해졌다"며 "현재 금리수준은 경제상황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연준은 별도의 성명서를 통해 "경제와 금융 전개상황을 고려해 보유자산 정상화를 완료하기 위해 어떤 세부사항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보유자산 축소정책을 조기 종료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위원들이 보유자산 축소정책을 끝낼 적합한 시점에 대해 평가를 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날 수 있다”고 했다.

보유자산 축소정책은 채권 등의 자산을 매각해 시중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일종의 긴축 정책이다. 그동안 연준은 경기침체의 본질적인 위험이 없다면 보유자산 축소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연준은 2017년 10월 보유자산 축소정책을 시작한 뒤 최근까지 매달 5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등 보유자산을 줄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