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베팅, 초격차 꿈 이룰까

글로벌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 (128,800원 ▲1,500 +1.18%)이 2위 대우조선해양 (32,250원 ▼350 -1.07%)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경쟁국과의 이른바 '초격차' 확보가 가시적이다. 합병 시너지에 대한 기대와 함께 "환자가 환자를 들쳐 업는 격"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영철 현대중공업 부사장(CFO)은 3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국 조선산업 재도약을 위해서는 빅2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가 가시적이고 자체 구조조정도 진행되는 상황에서 조선산업 재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인수전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M&A(인수합병)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이 회사를 나눠 지주사(합작법인)를 만들면 산은이 대우조선 지분을 현물 출자한다. 이후 합작법인이 발행하는 신주를 산은이 받아 주주가 된다.

합작법인은 현대중공업과 삼호중공업, 미포조선에 대우조선까지 거느리게 된다. 조 부사장은 "합작법인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을 수평적인 형태로 지배하는 구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같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은 채권단 지원과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했고, 이제 '민간주인 찾기'를 추진할 적기가 됐다"고 말했다.


산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합작법인 지분은 약 26%, 산은의 지분은 약 18%로 1·2대 주주가 된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인수비용을 아끼고, 산은으로서는 조선 호황이 오면 배당을 받거나 지분을 재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수주잔량 1698만9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급 매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한다. 3위인 일본 이마바리 수주잔량 524만3000CGT를 감안하면 그 규모가 가늠된다. 선박 건조실 격인 도크만 현대중공업 9개에 대우조선의 5개를 합쳐 14개다. 업사이클이 올 경우 수주나 건조능력 면에서 경쟁상대가 없다.

변수는 현대중공업의 체력이다. 현대중공업은 2014~2015년 2년 연속 1조원 이상 적자를 냈다. 최근까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최근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을 발표하는 등 실탄을 마련했지만 초대형 M&A(인수합병)는 기업에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체력을 요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대우조선의 상황도 겉보기보다 복잡하다. 캐시카우 역할을 해야 할 해양플랜트 수주가 감감무소식이다. 오래 수주가 끊기면서 보이지 않는 부실도 늘어났다. 이자를 내야 하는 영구채 금액이 2조원이 넘는다는 증권가 분석도 있다. 당장 갚아야 할 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도 인수비용 리스크를 알고 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막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MOU의 방점을 인수비용 부담 경감에 됐다. 합작법인 형태는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반발도 넘어야 할 고비다. 노조는 당장 인수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구조조정을 강요하더니 천문학적 투자에 나서느냐는 거다. 업황 부진을 명분으로 군산조선소 문을 닫은 상태에서 다시 대형 조선사 인수에 나서는 점도 부담이다.

시장도 이 같은 전망에 공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증시에서 전일 대비 4.15% 빠진 13만8500원에 마감했다. 대우조선 인수자금 부담에 대한 우려 여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