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부진·법정관리·자본잠식까지…암담한 중형조선사

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수주 부진, 자본잠식 등 암담한 상황을 계속 마주하고 있다. 최근 대형 조선사들이 체제를 재편하면서 수주 낭보를 전하는 사이 중형조선사들은 점점 한계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형조선사들은 지난해 전체 조선업 수주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수주액 비중을 나타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 12일 발간한 '중형조선사 2018년도 및 2018 4분기 동향'에서 지난해 국내 신(新)조선 수주 전체에서 차지한 중형조선사 수주액 비중이 4.2%였다고 밝혔다. 2010년 12.6%였지만 지난해 3분의 1로 줄었다.

지난해 수주액 추정치는 약 10억8000만달러(한화 약 1조2174억원)였다. 이 금액은 수주 절벽을 겪은 2016년 3억7000만달러(한화 약 417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숫자다. 그러나 수주 절벽 당시에도 중형조선사들의 수주액 비중은 9.5%로 지난해보다 나은 수준이었다.

중형 조선사들은 수주량에서도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수주량은 54만7000CGT(23척)로 전년 대비 18% 줄었다. 4분기 중 수주를 기록한 조선소도 대한조선과 대선조선 2곳에 불과했다.


자연스럽게 세계 중형선박 시장에서 입지도 좁아졌다. 중형조선사들의 세계 수주점유율은 지난해 4.3%로 전년 대비 1.3% 하락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중형조선사를 상선으로 길이 100m 이상, 1만DWT(순수화물적재 무게)급 이상 또는 이에 상응하는 특수선 등의 강선을 건조하는 조선사로 규정했다.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3,135원 ▲75 +2.45%) 등이 해당된다.

양 연구원은 "지난해 발주 증가가 대형 LNG선을 위주로 이뤄졌고, 중형 탱커 등의 선종은 부진했다"며 "국내 중형 조선사들에게 불리한 시장구조가 형성돼 수주가 부진했고, 대형조선사 수주실적은 크게 호전됐다"고 분석했다.

일부 중형조선사들은 회사 경영 차원으로도 한계에 봉착해 있다. 조선업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 (129,600원 ▲2,300 +1.81%)의 세계 2위 대우조선해양 (32,900원 ▲300 +0.92%) 인수가 추진되고 삼성중공업 (9,900원 ▲430 +4.54%)과 '빅2'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매각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3일 자본잠식 발생을 공시했다.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부실 때문이다. 이곳의 기업회생 절차에 따른 자산평가 손실 및 충당부채 설정으로 한진중공업은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에 따라 주식 거래도 정지됐다.

하지만 위기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일부 감지된다. 한진중공업은 자본잠식 공시 후 이틀이 지난 15일 필리핀 은행들과의 출자전환을 통한 채무조정 합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내 채권단과도 출자전환 결의를 합의한다면 경영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기대다.

대한조선은 유일하게 정상 운영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 중형조선사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한조선은 수주 시기도 스스로 조정하는 등 일감 확보를 착실히 하고 있다"며 "대형 선박도 수주하는 분위기에 수주잔량도 증가세를 보여 정상 운영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