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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 안희정 울린 ‘성인지감수성’…논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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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 안희정 울린 ‘성인지감수성’…논란 남아

머니투데이
  • 송민경 (변호사) 기자
  • 2019.02.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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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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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비서 성폭행' 관련 강제추행 등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사진=뉴스1
“앞으로 성범죄 사건에서 무죄 받기가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지난 1일 있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항소심 판결을 지켜본 서초동의 한 변호사가 한 말이다.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으며 법정구속됐다.

두 판결에서 판단이 달라진 가장 큰 이유는 피해자 김지은 씨의 진술 신빙성 판단이었다. 1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김씨의 진술 중 많은 것들이 2심에서는 인정됐다. 김씨 측도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제시한 성폭력 사건 심리에 있어 성인지감수성 관점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안 전 지사의 부인인 민주원씨는 지난 13일 김씨의 진술을 받아들여 판단한 법원에게 “황당한 주장을 성인지감수성을 가지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비판했다.

‘성인지감수성’이란 지난해 4월 대법원 판결에서 처음으로 등장해 주목받았다. 교수 A씨가 성희롱과 성추행을 이유로 해임당하자 해임이 잘못됐다며 제기한 소송에서였다. 1심과 2심 법원은 피해 여학생들의 진술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하지만 대법원은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사건을 뒤집고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면서 “성희롱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실을 근거로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법원은 안 전 지사의 사건 외에 다른 사건에서도 성인지감수성을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성범죄 사건에서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경우에 검사 측에선 진술과 간접증거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게 된다. 피해자의 진술이 인정되는지, 안 되는지는 판결의 핵심 쟁점이다.

대법원은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피해자의 진술이 오락가락한다고 보이더라도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원이 피해자의 진술을 검토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피해자 측에서 사건을 주로 맡아온 변호사들은 “피해자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주로 가해자 측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은 “이제 성범죄 사건에서 무죄를 받기가 어려워져 억울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백한 증거 없이 쌍방이 엇갈리는 진술로 다투는 경우 이전과 달리 피해자의 진술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지만 여전히 논란은 남는다.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이 법적으로 정의된 단어가 아니다보니 변호사라 하더라도 명확히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개별 판사마다 성인지감수성에 대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수 있어 하급심과 대법원 판결이 누적되면 단순한 단어가 아닌 좀 더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등장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동안은 안 전 지사의 사건처럼 1심과 2심에서 사건 결과가 정반대로 바뀌는 경우가 종종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엔 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인지감수성을 발휘해 피해자의 진술을 받아들일지 결정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모든 간음에 대한 처벌을 위해 '비동의 간음죄'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강간과 간음의 차이는 폭행과 협박이 있었는지다. 하지만 이 또한 동의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는 문제는 남는다.


서초동에서 개업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아주 최소한의 범위에서 신중하게 적용돼야 하는 기준이 너무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성인지감수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판결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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