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과학협력, 재난방지·학술연구부터 시작해야"

⑤이춘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유별난 과학 사랑은 2012년 집권 이후 꾸준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과학원, 중국농업과학원 등 방중 때마다 과학관련 시설 시찰을 이어갔다. 지난해 10.4 선언 11주년 행사에 참석한 우리측 방북단을 가장 먼저 초대한 곳도 평양 과학기술전당이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머니투데이 the300과 인터뷰에서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과학분야로 재난방지와 원격교육, 학술연구를 꼽았다. 그는 2015년 '백두산 화산문제' 협력 논의에 참여한 것을 포함해 북한에 15회 이상 직접 다녀오는 등 남북 과학협력 현장을 누빈 전문가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4일 오후 북한 평양 과학기술전당을 참관했다. 평양시 과학기술전당 전경. 2018.10.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위상이 높아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인 2013년 제9차 전국과학자기술자대회에서 '지식경제'와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과학기술분야 핵심 지표로 밝혔다. 과학기술의 위상과 역할이 강화됐고,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에너지, 경공업 등의 연구개발도 늘었다.

경제와 과학기술의 연계도 강화됐다.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이 2016년부터 경제발전5개년전략(2016~2020)에 통합됐다. 연구개발 체제도 개편 중이다.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천명하면서 북한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전국적 원격화상교육과 과학기술지식도 보급이 이뤄지고 있다. BT 연구기관이 확충되면서 산림과학분원이 산림총국 산하로 이전해 산림과학원으로 승격했다. IT 분야에선 연구기관이 확충되며 북한 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기관인 조선컴퓨터센터(KCC)가 수익사업 위주로 개편됐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 과학기술 정책이 이전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김정일은 거대담론 위주였다. 생산성이 없는데 자원을 투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김정은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과학 관련 투자도 북한 현실에서 필요한 데 집중한다. IT, BT, 전력, 신에너지, 산림 등이다. 일례로 BT는 김정일 땐 클로닝(세포 복제기술) 등 첨단 기술 얘기를 했지만, 김정은 시대의 바이오는 농업지원에 주력한다. 유전자 조작 품질개량, 농약개발, 성장촉진제, 미생물 비료 등이다.

-군수 분야 자원의 민간전환 전망은
▶북한 내 국방과학에 대한 강조는 2016년부터 완화됐고 핵 무력 완성 선언(2017년 11월) 이후인 지난해엔 더 크게 줄었다. 올해는 경제건설 지원으로 군수 분야의 지원 활용을 전환하고 있다. 전환 분야는 IT 중 소프트웨어와 기계공학 일부에서 가능할 수 있다. 이미 군수공업부(북한 군수산업 연구를 지휘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 조직) 산하 ‘5월 11일 공장’이 태블릿PC, TV 등을 만들고 있다. 민군겸용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의 군수분야는 민간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다. 중국이 1980년대 군수분야를 민간으로 돌렸는데, 중국은 항공우주·도시계획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였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중국은 핵 연구소를 원자력 발전으로 돌렸지만 북한은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 기술도 없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농업과학원 국가농업과학기술혁신원을 방문해 훌륭한 연구성과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는 친필 문구를 남겼다고 21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8.6.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北과 재난방지 협력 바로 착수 가능…원격 교육도 유망>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은.
▶보통은 우리와 약 10년 정도 차이가 있다. BT, 컴퓨터 등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곳은 격차가 5~10년 정도다. 물론 우리가 할 수 없는 핵 등 국방관련 과학기술은 북한이 굉장히 앞서 있다. 또 기초과학 중에서도 해석학, 유체역학 등 국방 관련 분야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과학 분야에서 남북이 협력 할 수 있는 분야는
▶재난 방지 등 인도적 분야와 학술분야에서 시작해야 한다. 백두산 화산, 태풍 홍수 등 기상협력 다 협력이 가능하다. 우리 쪽 기상위성을 활용하고 북측이 중국에서 받는 위성사진 등을 결합할 수 있다. 제재와 상관없어 당장도 할 수 있다. 북에 기상관측소를 만들어주고 공동으로 예측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수자원 이용의 경우 임진강 부근의 홍수 문제 등이 접점이 될 수 있다. 댐 축조 등을 우리가 지원하고 북측이 물을 공급하는 협력이다.


IT 분야에선 원격교육이나 원격진료(의료)가 협력 가능한 분야다. 북한은 원격의료가 발달돼 있다. 평양의 의사가 지방에 화상으로 진료하는 방식이다. 원격교육과 관련한 교육 콘텐츠 공동 개발 등이 당장 할 수 있는 교류 분야다. 북한은 내부 인트라넷을 통한 대학 원격 교육도 발달해 있다. 2010년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원격교육대학을 시작했고, 평양건축공업대학, 함흥화학공업대학, 한덕수경공업대학 등도 이 시스템으로 원격교육을 수행 중이다.

김일성종합대학도 2015년 자체 개발한 시스템으로 운영체계로 원격교육대학을 개설해 4개학과에 2000명을 입학시켰고, 최근에는 이를 18개 학과로 확대했다. 사리원농업대학, 원산경제대학 등에서 김일성종합대학의 시스템을 활용해 원격교육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