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보다 고용? 혼란의 英, 44년 만의 최저 실업률

/AFPBBNews=뉴스1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한달여 앞두고도 아직 합의안을 만들지 못해 혼란한 영국이 약 44년 만의 가장 낮은 실업률을 공개했다. 다만 이러한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영국 통계청(ONS)은 19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10~12월) 영국의 실업률이 4.0%로 1975년 이후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특히 여성 실업률은 사상 처음으로 4% 아래로 내려갔고, 임금이 물가보다 더 오르며 11개월 연속으로 실질임금이 상승했다.


취업자 수는 3260만명으로, 통계청은 2010년 이후 355만명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16~64세 고용률은 75.8%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임금은 3.4% 올라 주당 494.5파운드(72만5000원)였으며, 물가를 감안하면 상승률은 1.3%이다. 영국 BBC는 물가를 반영한 주당 임금이 2011년 3월 이후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알록 샤르마 영국 고용부 장관은 이 같은 노동지표에 대해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한 상황이지만, 영국 노동시장은 탄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영국의 실업률은 2011년 8.4%까지 올랐으나 2013년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고용 증가 배경에 기업들의 투자 축소가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수년간 브렉시트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했다며, "설비보다 사람에 드는 비용이 더 낮고, 처분(해고)도 쉽다"고 고용 증가를 설명한다. 경제가 좋아 수요가 있어도 투자하지 않고 인력을 늘려 대응해왔다는 것이다.

경제분석업체 EY아이템클럽의 하워드 아처 이코노미스트는 "생산성이 제한된 저임금·비숙련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4분기 영국의 생산성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2% 떨어졌다.

게다가 다음달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가 합의안 없이(노딜 브렉시트)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것도 고용시장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미 일본의 혼다와 닛산자동차는 영국 공장을 철수하기로 했으며, 다른 자동차업체들도 시설 축소 등을 검토 중이다. 금융사들도 브렉시트에 대비해 본사를 영국에서 프랑스 등으로 옮길 계획이다.

영국 내에서는 지역항공사 플라이비엠아이가 최근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운행 중단 및 법정관리 신청을 선언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윌셔트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 영향으로 인해 1월 고용지표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 발생시 실업률이 7.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