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과 '업추비 대전' 판정승 靑 이정도…'역시 통곡의 벽'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통곡의 벽'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자유한국당과의 '업무추진비 대전'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감사원은 13일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청와대의 업무추진비의 부당사용 여부와 관련 "문제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심재철 한국당 의원의 주장으로 시작된 업무추진비 공방이 일단락된 것이다. 심 의원은 그동안 "청와대가 업무추진비를 심야･휴일에 주점·영화관 및 고급 일식집에서 사용한 게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감사원은 심 의원의 주장에 대해 "사적 사용 등의 문제점이 확인되지 않았다. 집행 일시·금액·장소 등 증빙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사례가 없었다"고 답했다. 업무추진비를 다른 비목 용도로 사용한 사례 및 증빙서류 미비 등 절차적 문제 정도 밖에 지적 사안이 없었다.

여타 부처에서 업무추진비로 상품권을 빼돌리고, 단란주점에서 결제를 한 사례가 확인됐으며, 마트에서 개인적인 결제가 이뤄진 것에 비해서도 청와대는 '클린'했다

철저한 업무추진비 관리 덕분이다. 심야시간 및 휴일에 사용한 업무추진비 2461건의 경우 집행목적·사유·일시 및 참석자 등이 기록된 증빙서류가 청와대 내부에서 작성·관리되고 있었다. 건당 50만원 이상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경우 추가 기재하도록 돼 있는 증빙서류도 규정에 부합하게 마련돼 있었다.

감사원은 감사 보고서에서 거듭 청와대에 대해 "증빙서류에 기재된 집행 일시·금액·장소 등이 모두 영수증과 일치했다"고 평가하며 "해당 증빙서류에 기재된 내용 및 그 적정 여부에 대하여 직상급자가 검토·결재하고 부적정 사례가 발견될 때는 반납 조치를 하는 방식으로 업무추진비 사용을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통제'의 중심에 이정도 비서관이 있다. 예산에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 청와대 내부에서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인물. 자주하는 말은 "국민 세금을 함부로 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적 비용도 대통령 급여에서 공제하기로 한 그 사람이다.

기획재정부 7급 공무원 출신으로, 예산업무에 잔뼈가 굵다. 문 대통령과 별 인연이 없었지만, '짠돌이'스러운 면모와 꼼꼼한 일처리로 청와대 '곳간 열쇠'를 쥔 총무비서관으로 계속 활약하고 있다.

이 비서관은 지난해부터 주점에서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해왔다. 영수증을 가져와도 '주점'으로 표기된 곳에서 사용한 것이면 업무추진비 사용으로 승인해주지 않았다. 감사원도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 3개 기관은 기타주점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비서관은 심 의원의 주장이 나올 때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허위 주장"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해 눈길을 끌었었다. 심 의원이 "미용업종에 업무추진비를 썼다"고 주장하면 곧바로 자료를 공개하고 "평창동계올림픽 때 혹독한 추위에 고생한 경찰과 군인을 위해 리조트 목욕시설에서 사우나를 했다. 1인당 5500원"이라고 밝히는 식이었다.

이번 업무추진비 이슈가 터졌을 때도 "이정도가 어떤 사람인데…"라는 말이 정·관가에서 나왔다. 철저한 예산관리로 이름높은 그가 허투루 업무추진비를 쓰게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그리고 감사원 감사를 보면 그 분석이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