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 '정피아' 논란

대기업 중 이례적으로 외부감사인(삼일회계법인)의 '한정' 감사의견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이 정치권 인사들을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키로 했다. 전문성보다는 대관(對官) 활동 수단을 목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박해춘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박 전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와 친분이 두터운 인사로 알려졌다. 그는 2010년에 당시 한나라당 충남도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했다. 곽 변호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다. 이에 앞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는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전 광주시당위원장)이 지난해 3월 사외이사에 선임돼 활동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사외이사 선임 이유에 대해 '경제 분야 전문가'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10,910원 ▼200 -1.80%) 모회사인 금호산업 (4,190원 ▼30 -0.71%)도 마찬가지다. 금호산업은 29일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김대중 정부) △최영준 서울시 산하 50플러스재단 이사장 △이상열 남양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앙선대위 국가정책자문단 부단장)을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정치인 출신 사외이사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정치권 로비를 위한 창구 기능을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1일 제38차 원내대책회의 모두 발언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정부와 여당과의 관계를 원활히 하는 창구로 사외이사를 활용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한정' 의견과 관련, 삼일회계법인에 재감사를 신청해 이른 시간 내에 '적정' 의견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적정' 의견을 받는 것은 최소 반기보고서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정' 영향은 아시아나항공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현재 신용등급은 'BBB-'. 바로 아래 단계인 'BB+' 등급부터는 '투자부적격'에 해당한다.

원종현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회계정보의 신뢰성 저하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저하돼 유동성 위험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대응 능력을 최우선 순위로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도 오는 26일 아시아나항공 주식거래가 재개되더라도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채 거래되는데다 재무구조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며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됐다. 삼성증권은 '중립'으로, 대신증권은 '시장수익률'로 각각 투자의견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