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하이닉스 3년 급성장 뒤로하고 새 먹거리 찾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9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반도체 생산라인 M16 기공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그룹이 최근 3년간 SK하이닉스 (177,200원 ▲6,600 +3.87%) 중심의 가파른 성장을 뒤로 하고 차기 주력사업 발굴에 들어갔다.

주력사업 발굴을 맡은 SK (164,000원 ▲2,700 +1.67%)㈜는 △바이오·제약 △소재 △에너지 등 3개 미래 핵심사업에서 3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만들어내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와 관련 SK㈜는 지난 17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중장기 포트폴리오 전략 설명회'를 가졌다.


SK㈜는 3개 미래 핵심사업에서 '신성장 투자회사'를 찾을 방침이다. 경영권 없는 소수지분을 투자해 성장성이 검증되면 주력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반면 투자 회사가 성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매각차익(capital gain)이 가장 높은 시점에 지분을 매각하는 '출구전략'을 택하기로 했다. 성장성에 대한 판단 기준은 IRP(내부수익률) 15%로 제시했다.

SK㈜는 설명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대로 '딥체인지(근본적 변화)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투자형 지주회사'를 투자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SK㈜ 내 최 회장의 지분율은 18.29%로 최대주주다.

바이오 사업은 CMO(의약품 위탁생산)가 대표적이다. CMO는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의 연구개발(R&D) 성과를 실제 의약품으로 생산해내는 것이다.


SK바이오텍은 미국, 아일랜드, 한국 등 3개 권역을 통합해 CMO 사업을 하면서 다른 유망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방침이다. CMO 사업은 2021~22년 미국 증시에 상장할 가능성도 비췄다.

소재는 특수가스(SK머티리얼즈 (402,900원 ▼10,100 -2.45%)), 반도체 웨이퍼(SK실트론)에 고성장 영역인 배터리 소재까지 합쳐 2023년 매출 6조원, 영업이익 2조원 이상을 목표로 한다.

에너지는 LNG, 셰일가스에 주로 투자하는 사업이다. SK㈜는 지난달 미국 셰일가스 G&P(채집 및 가공) 업체인 블루레이서 미드스트림에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를 투자했으며, 유레카(2017년)와 브라조스(2018년)에도 투자했다.

설명회에서는 '베트남 투자를 계속 늘리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SK는 "중국 투자 경험을 통해 시장 성숙 전에 경쟁력 있는 현지기업을 통한 진출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과거 '차이나 인사이드' 전략에 따라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들이 과감한 중국 진출을 시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같은 경험을 학습효과로 삼아,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각광받는 베트남에서는 현지 주요기업에 비지배 소수지분을 우선 투자하고 성장세를 지켜보겠단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