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라더니…'칵테일주사' 맞고 보험사기범 된 사연

#직장인 최상범씨(가명)는 잦은 야근과 스트레스로 감기 증상과 함께 피부 트러블이 가라앉지 않자 A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피부 진정에 도움이 된다며 일명 ‘칵테일 주사’라고 불리는 비타민 영양수액을 권유했다. 생각보다 비싼 주사비에 망설이자 병원 측은 "실비(실제비용) 보험이 있냐"며 보험회사에 청구하면 보험금이 나오니 '사실상 공짜'라고 설명했다.

미용이나 건강 목적의 치료는 보험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은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실손의료보험이 보장되지 않는다. 병원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마치 치료 목적으로 영양제를 처방한 것처럼 허위 진료확인서를 작성해줬다. 보험금을 탄 최씨는 이후 지인 6명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최씨 일행은 비싼 미용 주사를 맞고 총 500여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흔히 보험사기라고 하면 전문 사기꾼들이 가담해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지는 지능적인 범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씨의 경우처럼 본인이 보험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범죄를 저지르고 심각한 경우 입건이 되거나 때로는 법적 처벌을 받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실손부당청구’다.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엄연한 보험사기다. 보장이 안 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허위로 진료확인서를 끊어준 병원, 이를 이용해 보험금을 탄 환자, 모두 형사 처벌 대상이다. 허위 진단서로 보험금을 수령할 경우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의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씨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평소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고 숙취가 유난히 심해 고생하던 이진한씨(가명)는 직장동료로부터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B병원을 소개받았다.


병원에서는 "다 보험처리 되니까 비용은 걱정할 필요 없다"며 술 마신 다음 날이나 야근한 다음 날 와서 영양주사를 맞으라고 권했다. 이씨와 직장 동료들은 술을 마신 다음 날엔 병원을 찾아 영양수액을 맞았고 병원은 그때마다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줬다. 소문은 순식간에 회사 전체에 퍼져 어느새 동료 50여명이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이씨와 직장동료들이 챙긴 보험금은 무려 3700만원. 심각한 범죄인지 모르고 보험사기에 가담한 이씨는 결국 사기죄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위의 사례처럼 허위로 의료 실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의료비, 그 중에서도 비급여 의료비도 덩달아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로 의료비가 오른다면 10년 안에 실손 의료보험료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추산이 나올 정도다.


혹시 병원에서 청구한 진료비가 과도하다고 생각된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확인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이 좋다. 병원이 청구한 진료비가 적정한지 환자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직접 확인을 요청하는 민원 제도인데, 이 서비스를 통해 병원의 과잉 진료비와 검사비가 적발돼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1만 여건, 약 20억원에 달하는 금액에 대해 환불이 진행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허위진단서를 통해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범법자가 되는 연성 보험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불필요한 과다입원과 과다치료 등의 연성사기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통해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실손 청구 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