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해외송금 시장…은행권, 외국인 고객 유치 총력전

은행들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안으로는 국내 거주 외국인 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외국인 특화점포 운영을 넘어 최근에는 모바일 해외 송금 서비스 등 외국인을 주타깃으로 한 서비스 개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해외 송금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해외송금 규모는 2016년 38억 달러(약 4조5391억원), 2017년 47억 달러(약 5조6141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56억 달러(약 6조6892억원)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해외송금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데다 해외송금 시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 이익과 환차익 등으로 은행의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어 은행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해외로 송금할 때 수수료는 중국 위안화 송금이 가장 저렴하다. 보통 100만원 안팎의 금액을 송금할 때 약 1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200만원 이상 송금할 경우 수수료는 2만~3만원대다. 해외송금이나 환전할 때 환율이 기준환율 대비 1% 가까이 높기 때문에 은행은 환차익도 챙길 수 있다.

특히 은행들은 국내 거주 외국인 중 근로자에 주목한다. 송금 수요와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현지 진출 은행의 잠재 고객이 될 수 있어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들은 평일 은행 업무가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일요일에도 영업하는 특화 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외환은행 때부터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바탕으로 해외송금 시장의 강자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KEB하나은행은 최근 광주광역시 광산지점에 일요 영업점을 개점했다. KEB하나은행은 평일과 일요일에 문을 여는 '일요 영업점' 16개, 일요일만 문을 여는 '일요 송금센터' 3개 등 시중은행 최다인 총 19개의 일요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KB국민은행도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경기 안산과 화성, 평택, 의정부 등 7개 지역에 일요일에도 영업하는 '외환송금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모든 센터에는 외국인 직원이 상주해 외국인 고객의 은행 업무를 돕는다.

외국인 고객 전용 상품 개발도 치열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외국인 고객 전용 모바일 해외송금 '우리글로벌퀵송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필리핀, 몽골 등 4개국에 송금 가능하며, 수취 은행의 은행명과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쉽고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전용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 '글로벌 S뱅크'를 통해 외국인들이 해외송금이나 공과금 납부 등 금융업무를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 미얀마어가 추가돼 11개 외국어로 서비스 중이다.

단순 상품 개발을 넘어 문화적 측면에서 외국인 고객과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도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협의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연 5회씩 각 국가 단위로 외국인 근로자 대상 금융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또 최근 충남 천안에 문을 연 '컬처뱅크 5호점'을 외국인 특화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매주 일요일 지역 의료기관과 함께 외국인 고객 대상 치과, 내과, 외과 관련 전문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송금 업무는 해외 은행들과의 네트워크 강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며 "무엇보다 은행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기여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