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증거부족'에 막힌 조선일보 '장자연 수사외압' 의혹

문준영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이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 과천종합청사 법무부에서 '장자연 사건' 관련 심의 결과를 발표하던 중 머리를 만지고 있다. 2019.5.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0일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무마 외압 의혹 등이 일부 사실로 확인된다면서도 공소시효나 증거부족 문제로 수사권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선일보는 2009년 3월 고(故) 장자연씨 사망 이후 공개된 '장자연 문건'에서 '2008년 9월 조선일보 방사장이란 사람과 룸살롱 접대에 저를 불러 사장님이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이 드러나면서 사건과 얽히게 된다.


과거사위와 대검 진상조사단은 일단 2008년 10월28일 모 주점에서 장씨의 기획사 대표인 김종승씨가 방모 전TV조선 대표에게 술접대를 하면서 장씨를 동석하게 한 사실 자체는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나 신용카드 결제 내역, 진술 등을 토대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과거사위는 현재 장씨의 다이어리나 수첩 등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방 전 대표가 장씨로부터 술접대를 추가로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고, 그 밖에 술접대 강요 등 범죄사실이 있었다고 판단할만한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진상조사단은 재조사에서 조선일보 수사무마 외압 의혹과 관련해선 상당히 진전된 결과를 내놨다.


수사외압 의혹은 크게 조선일보 회사 차원의 압력행사와 기자들을 통한 사건 개입 등 두 갈래다.

먼저 과거사위는 2009년 당시 강모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과 최모 경영기획실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조선일보가 강 실장을 중심으로 대책반을 만들어 장자연 사건에 대처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 당시 이모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찾아와 방모 조선일보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하면서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 번 붙자는 건가"며 자신을 협박했다는 조 전 청장의 조사단 면담에서 진술도 사실로 인정된다고 봤다.

당시 조 청장이 이 부장을 방문해 발언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고, 이 부장이 강희락 경찰청장과 경기청 형사과정을 만나거나 연락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기지방경찰청장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사단 면담에서 이 부장은 강 청장에게 방 사장을 빨리 조사해 무고함을 밝혀달라는 취지로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강 청장은 이 부장이 그와 같은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방 사장에 대한 경찰 조사를 막으려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다만 과거사위는 회사 차원의 압력행사가 이처럼 사실로 인정된다면서도 공소시효가 이미 끝났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이 조선일보라는 단체의 위력을 보여 조 청장을 협박한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특수협박 공소시효(7년)는 2016년 4월 이미 종료됐다는 것이다.

문준영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이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 과천종합청사 법무부에서 '장자연 사건' 관련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5.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조선일보가 기자들을 통해 수사기록을 제공 받거나 통화내역을 삭제하려했다는 의혹은 관련자 진술 외에 추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진실 규명에 실패했다.

과거사위는 조사단 조사 과정에서 "수사상황을 조선일보 법조팀이 다 알고 있었고 진술서를 실시간으로 받아보더라"(하모 전 스포츠조선 사장) "어떤 경찰관으로부터 '장자연 사건 송치 무렵 기록 전체를 9부 복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당시 수사팀 소속 황모씨)는 진술을 확보하긴 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기록이나 조사단과 면담한 경찰관들의 진술 등에서 이를 뒷받침할만한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할 수 없어 당시 수사기록이 조선일보에 제공됐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과거사위의 설명이다.

또 하 전 사장이 "조선일보 법조팀장이 '방모 전 TV조선 대표가 장자연에게 맨날 전화해가지고 그 통화기록 뺀다고 고생하고 있습니다'고 했고, 전직 조선일보 기자가 '당시 방 전 대표의 통화기록 빼내고 경찰하고 쇼부(흥정)를 본 것은 조선일보 시경캡이다'고 말했다"고 진술했으나 하 전 사장의 진술 외에 추가 진술이나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조사단이 확보한 통화내역 파일에는 방 전 대표와 장씨 사이의 통화내역이 없었으나 해당 통화내역 파일은 수사과정에서 이미 수정된 것으로 원본이 아니기 때문에 확보된 통화내역으로는 방 전 대표와의 통화내역이 선별돼 삭제됐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게 과거사위의 판단이다.

당시 경찰이 통신사로부터 통화내역을 제공받아 분석해 수사에 반영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원본성 확보가 요구되거나 원본성 여부를 검증·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최초로 통신자료를 받은 경찰관이 해당 통화내역 파일을 수정·편집해 유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경찰이나 검찰의 경우 통신사의 전용회선을 이용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시스템을 통해 통신자료 원본을 저장하고 있으나 그 보존 기간이 수일에 불과해 원본의 보존을 개개 경찰관이나 수사관에 맡기는 현실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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