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미중분쟁·반도체 경기, 예상보다 어렵게 흘러 걱정"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어려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태평로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제69주년 창립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분쟁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 같아 안타깝고, 반도체 경기도 당초 예상보다는 회복시기가 지연될 수 있겠다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2가지다. 미중 무역분쟁이 어떻게 되느냐, 우리 주역산업인 반도체 경기가 언제, 어느 정도 회복하느냐"라며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줄만한 대외요인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어려운 쪽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 4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이후 미중 무역분쟁 협상 상황은 악화됐고, 수출 등 경제지표는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경기에 대한 이 총재의 인식을 감안하면 7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도 미중 무역분쟁과 상당히 연결돼있다. 6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도 있어 지켜봐야겠지만, 매일 단위로 파악해보면 자꾸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날 창립기념식 기념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던 종전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념사에 나온 문안 그대로 해석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오는 18~19일(현지시각) 예정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관련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4일(현지시각) "무역분쟁이 미국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탄탄한 고용시장, 인플레이션 목표(2%)와 함께 미국 경기의 확장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은 미 연준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