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김상조 "누구든 만날 것, 이재용 부회장도 포함"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다목적실에서 열린 위원장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19.6.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재계의 요청만 있다면 누구든 만나겠다"고 말했다. 만남의 대상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재계 저승사자'라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만남은 공정위원장 이임식 직후 이뤄졌다. 일반적인 이임 간담회와 달리 기자들과 질의응답은 꽤 오래 이어졌다.


다음은 김 실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공정위원장으로 올 때 1~3년차 계획을 세웠다. 마찬가지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의 계획은?
▶공정위원장은 임기가 있다. 하지만 정책실장은 임기가 없다. 1~3년차 계획을 말씀드릴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정책실장의 역할은 경청하고 협의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현장에 계시는 각 부처 장관과 국민을 대표하는 여야 의원과 국민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협의함으로써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어떤 자리인지 자세히 설명해달라.
▶비유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는 홍남기 부총리다. 각 부처 장관은 야전사령관이다. 정책실장의 역할은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병참기지다. 정책실장은 홍 부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이 현장에서 충실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후선에서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각 부처의 여러 가지 현안들을 협의하고 조정하는데 도움을 드리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정책실장의 업무범위를 보니 상상을 초월한다. 어제 김수현 (전)정책실장과 상당 시간 말씀을 나눴다. 각 부처의 현안에 대해 상세히 말씀을 들었다. 각 부처 장관과 홍남기 부총리, 유은혜 부총리가 (업무를)잘 수행할 수 있도록 병참기지에 있는 사람으로서 충실히 지원하고자 한다.


-공정위원장 이임사에서 “대통령이 뜻하신 바가 있어 옮긴다”고 했다.
▶대통령의 뜻은 미뤄 짐작하는 정도다. 제가 직접적으로 ‘이것이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을 국민들게 잘 설명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듣고, 그럼으로써 체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해달라는 취지로 이해한다.

-(2년 전)취임식 때 이야기했던 3년차 계획을 못하고 가게 됐다. 후임 공정위원장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공정위)확대간부회의를 하면서 당부의 말씀을 드렸다. 3년차에 협업이 필요한 과제들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다. 공공기관의 공정거래 모델을 만들어 확산하는 일은 다음달 쯤 발표될 것이다. 특수형태 종사자 문제 역시 특고지침 개정과 각 부처의 특고 유형마다 표준계약서, 모범계약서를 만드는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도급 공정화를 위한 범정부 대책도 상당부분 진행된 상황이다. 이미 다 시작했고 일정부분 진도를 나가고 있다. 작년 9월부터 매달 공정경제 관련 관계부처들이 차관급 회의를 통해 여러 계획을 취합하면서 조정하고 성과를 내며 일하는 방식은 다음 공정위원장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실장 가서도 이런 방향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관심을 갖고 필요한 지원과 역할을 하겠다.

-경제정책 라인의 문책성 인사라는 이야기도 있다.
▶제가 뭐라고 답을 해도 좋게 기사를 쓸 것 같지 않다.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더 이상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

-2년 동안 공정위원장을 했는데 대학교 성적표로 치자면?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은 안해줬으면 좋겠다. 이 질문도 넘어가겠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 예상하지 못한 일도 있고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있다. 개인적으로 지난 2년 동안 저와 공정위가 한 일에 대해 상당 정도 만족한다.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공정위가 계속 일을 한다면, 제가 늘 표현하는 것처럼 예상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에선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와 통화를 했을 것 같은데 어떤 대화를 나눴나?
▶문자를 주고 받았다. 내용은 개인정보니까 공개하지 못한다.

-정책실장으로 간다는 소식에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다.
▶왜 김상조가 정책실장이 되면 기업의 기를 꺾는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공정경제는 혁신성장을 위한 토대라고 계속 강조했다. 공정위원장으로서 그렇게 일을 했다. 공정위가 2년 동안 해온 일에 대해선 ‘거칠다’, ‘느리다’는 양 극단의 비판이 있다. 그 가운데 길을 가는게 공정경제를 이루는 일이다. 그것이 혁신성장을 위한 예측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기업에서 우려할 이유가 없다. 공정위원장으로 있을 때보다 재계, 노동시장 등 이혜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걸 만들려고 한다. 형식은 비공식이 될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그런 만남이 상당 정도 제약됐다. 공정위 자체가 조사와 제재 기능을 가지고 있어 이해관계자와 직접 접촉하는 게 제한적이다. 정책실장이 되면 당연히 재계를 포함해 이해관계자와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듣겠다. 정책실장이 만나야 할 여러 이해관계자의 범주와 일정 체크부터 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듣고 협의하고 반응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공정위원장으로 있을 때나 정책실장으로 일할 때나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일을 하겠다. 이런 일하는 방식이 기업에겐 우호적인 환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측가능한 경제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에게 한 마디 했다. 이 자리에서 혁신사업가에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나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저의 취지는 충분히 밝혔다.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정책실장으로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고 싶다고 했는데 우선순위는?
▶문재인 정부의 체감성과는 홍남기 부총리와 유은혜 부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각 부처 장관들이 추진하는 일이다. 정책실장은 각 부처의 일들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후선에서 지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후선 지원 역할을 통해 각 부처가 소관하는 업무에서 체감하는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 한국경제의 현안들이 있으니 이런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체감성과를 내는데 기본적인 조건이 될 것 같다.

-이해관계자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국회가 막혀 있다.
▶공정위원장일 때 국회를 가장 많이 찾은 부처 기관장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그렇게 자유롭게 국회를 드나들긴 어려울 것이다. 사전 협의를 통해 요청 말씀을 통해 수락한다면 언제든지 여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을 뵐 생각이다. 불러만 주면 언제든 찾아갈 생각이다.

-체감하는 성과를 강조하는데 특별히 어떤 경제지표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학교수였다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경제지표 중에서 어느 하나가 중요할 순 없다. 경제정책의 목표는 다양하다. 물론 소득, 성장률, 분배가 중요하다. 경제정책의 어려움은 이런 중요한 경제목표가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한된 경제정책 자원으로 어느 목표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하는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혁신적 포용국가를 통해 사람 중심의 경제를 만든다는 기조는 일관되게 갈 것이다. 다만 그때 그때 경제환경에서 필요한 정책내용을 보완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충분한 유연성을 동시에 갖출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선순환적 관계를 만들어 가는 기조는 일관되게 갈 것이지만 2019년 6월 말 이 상황에서 필요한 부분에 관해 보다 정책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보완과 조정이 필요하다. 지금 상황에선 국민들께서 가장 필요해하는 일자리와 소득을 위해 당연히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환경이다.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7월 초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이건 기존 스케줄대로 갈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시간이 필요한가?
▶경제부처 장관들 사이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초안 검토 회의가 이미 있었다. 그걸 통해 보완해 가는 과정으로 알고 있다. 사실은 그 보완된 버전을 오늘(21일) 봤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재부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설정한 타임스케줄로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내용에 대해선?
▶홍남기 부총리가 발표할 내용이다. 홍남기 부총리가 합참의장이다. 저는 병참기지의 참모장이다.

-한진그룹의 동일인(총수) 지정이 늦어졌다. 당시 사람들이 모르는 이유가 한가지 있다고 했다. 떠나는 마당에 그 이야기 해줄 수 있나?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질문에 대해선 답을 하지 않겠다. 시장에서 있었던 일들, 환경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한진 내부에서도 의사결정의 변경이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봐야 진위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후임 공정위원장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나?
▶노코멘트다.

-회전문 인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 질문에 대해서도 답을 하는게 적절하지 않다.

-공정위원장을 할 땐 전문경영인을 만났다. 앞으론 총수도 만나나?
▶원하면 누구라도. 듣고 협의하고 반영하는데 누군 되고 누군 안되고 구분할 필요가 있겠나.

-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원하면 만나겠다는 말인가?
▶요청을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