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열린 '중동 비핵화' 회의…미국·이스라엘 불참

/사진=AFP.

중동 지역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회의가 45년 만에 개최됐다. 그러나 중동의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과 그 동맹인 미국이 빠지면서 실질적인 결과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아사히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중동비핵화지대 구상' 회의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인 중동의 아랍국들과 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이 참가했다.


이번 회의는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인 이스라엘을 NPT에 가입시키고 중동의 모든 NPT 회원국이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 중동에 비핵화지대를 창설하려는 게 목적이다. 현재까지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국가, 남태평양,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다섯 지역에서 비핵화지대가 활성화됐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를 공식 인정 또는 부인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80~400대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실질적으로 NPT 공식 핵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에 이은 세계 6번째 핵보유국이다. 이외에도 북한, 인도, 파키스탄 등이 NPT에 가입하지 않은 채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다.

당초 중동 비핵화지대 구상은 1974년 이집트가 제안했다. 이후 1995년 NPT회의에서 미국, 영국, 러시아에 의해 주요 의제로 채택됐으나 당사국들이 이견을 보이며 성사되지 않았다. 2012년과 2015년에도 이에 대한 논의가 오갔지만 이스라엘과 아랍국 간 갈등이 반복되면서 결국 취소됐다.


회의 개최를 결정한 지난해 12월 유엔 총회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극구 반대했으며, 한국과 일본, 영국과 프랑스 등 75개국이 기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88개국이 찬성하면서 구상 후 45년 만에 처음으로 개최하게 된 것이다.

이날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에 대해 "중동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포괄적인 프로세스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면서 "비핵화지대는 안보에 확실한 혜택을 준다. 특히 중동 정세는 세계 최대 관심사"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이 불참하면서 사실상 '반쪽짜리' 회의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중동의 모든 국가의 참가를 예상했지만 유일한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이 결석했다"고 지적했으며, 시리아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이 빠지면서 국제사회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손을 들어주고 있다. 2017년에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으며, 지난해에는 텔아비브 주재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공식 이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이스라엘의 1981년 골란고원 합병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날도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령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 41년 만에 입장을 바꿨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1978년 정착촌이 국제법을 위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