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국과 통화스와프 맺었지만 불안…극단적 달러선호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091억7000만달러로 전월말 대비 4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4063억2000만달러), 11월(4074억6000만달러), 12월(4088억2000만달러), 올해 1월(4096억5000만달러) 4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2월 감소세로 전환됐다. 2020.3.4/뉴스1

코로나19 사태가 외환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며 한·미 또는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극단적 달러 선호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이미 체결한 통화스와프가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존 통화스와프, 위기시 도움 안되는 이유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캐나다(사전한도없음), 스위스(106억달러), 중국(560억달러), 호주(81억달러), 말레이시아(47억달러), 인도네시아(100억달러), UAE(54억달러)와 각각 양자간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데 모두 자국통화 기준으로 달러조달 기능에는 한계가 있다. 아세안+3 국가와 맺은 384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CMIM)는 달러 기준이지만 다자간 통화스와프여서 위기시 자금 조달에 장애가 많다. 달러와 엔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캐나다달러, 스위스 프랑 등을 6대 기축통화라고 하지만 실제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통화는 달러와 유로화, 엔화 정도다.


더 심각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한국 또는 아시아 일부국가 달러 조달능력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캐나다나 스위스 등 국가와 통화를 교환한 후 이를 달러로 바꾸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전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며 극단적 달러 선호가 나타나고 있어 제3국 통화를 통한 우회가 쉽지 않다.

미국·일본과 양자 통화스와프 쉽지않아…G20 통화스와프 추진하는 정부

/자료=머니투데이DB / 사진제공=ap-로이터

최선의 방법은 최대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양자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이지만 쉽지 않다. 한국의 입장보다는 상대국인 미국의 의사가 더 결정적인 변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유로, 일본 엔, 캐나다달러, 영국파운드, 스위스프랑 외에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아시아국가 위기가 확대되고, 세계금융시장 전반으로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면 미국도 나설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은 금융위험이 그 정도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통화스와프가 정치외교적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카드를 아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원화가 중국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통화로 여겨지는 상황이라는 점도 미국 정부를 망설이게 할 요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미국은 경제가 선진적이며 우방국이라고 생각하는 국가만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며 “해당 국가와 전반적인 경제관계가 얼마나 우호적으로 유지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맺는 것은 미국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갈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고 한국정부가 이에 강경 대응하며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이에 정부는 G20(주요 20개국) 회원국간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현재 외환시장 상황이 실질적 조달 문제보다는 심리적 이유가 더 크다는 점에서 한미·한일 통화스와프 체결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외환보유액 금융위기 2배지만 여전히 불안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091억7000만달러다. 절대 규모로만 보면 세계 9위(1월 기준)로 부족하지 않다. 한국 외환보유액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2012억2000만달러) 보다 2배 넘게 확대됐다. 1997년 외환위기(204억1000만달러) 때와 비교하면 20배 넘게 늘어났다. IMF 기준에 따르면 한국 외환보유액은 적정수준 하단 보다 452억3000만달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IMF가 추산한 한국 적정 외환보유액 하단은 3639억4000만달러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외화유동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안정에 밑바탕이 되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전년대비 175억달러 감소한 599억7000만달러를 나타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환보유액 상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 방어에 나설 경우) 빠르게 소진되는 특성이 있어 유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