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도 연애는"…'마스크 쓴' 소개팅족 찾는 이곳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서울 한낮 기온이 13도 등 올해 들어 가장 포근한 봄 날씨를 보인 지난 2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외투를 벤치에 걸어두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0.2.11/뉴스1

#.2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최근 마스크를 낀 상태로 집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 소개팅을 했다. 소개팅 제안을 받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고려해 만남을 미뤄왔지만 더 이상 늦추기 어려워서다. A씨와 소개팅 상대는 잠시 마스크를 벗고 커피숍에서 얘기를 나눈 후 가볍게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이들은 다음번 만남을 약속하며 인적이 드문 산책로 등을 찾아보기로 했다.

소개팅의 계절인 봄이 다가왔지만 청춘들엔 마냥 반갑지가 않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다.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데이트 장소를 고르기도 쉽지 않지만 소개팅 시장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결혼중개업체 듀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평소 데이트를 하는 데 영향을 미치냐'는 물음에 미혼남녀 89.6%가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6일까지 연애 중인 미혼남녀 총 502명(남 250명, 여 2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화이트데이(3월 14일)에 만날 계획을 세운 커플은 타인과의 접촉이 적은 곳에서의 실내 데이트(48.5%)를 가장 선호했다. 드라이브 데이트가 34.3%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놀이공원 데이트(2.0%)' '영화관 데이트(1.0%)' 등은 비교적 낮은 선호도를 나타냈다.

실제로 소개팅족의 가장 큰 고민은 데이트 코스다. 그간 교통이 편리한 도심 일대 등이 소개팅의 메카로 꼽혀왔지만, 감염 우려 등을 고려해 한적한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최근 소개팅족들이 많이 찾는 장소가 도심에서 벗어난 근교 카페다.


또 다른 누리꾼은 "조금 번거롭더라도 자동차를 이용해 사람이 없는 곳을 찾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올해 내내 이어질 수도 있는데 계속 솔로로 지낼수는 없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첫 만남에 마스크를 쓰느냐 마느냐도 중요한 고민이다 첫 인상이 중요한 자리에서 혹시라도 화장이 번지거나 마스크 자국이 남을까봐서다. 마스크를 낀 채로 쭉 대화를 이어가기도 불편한 노릇이나 벗자니 건강이 우려된다.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선 소개팅 후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한 누리꾼은 "이 시국에 심지어 마스크도 없어서 캐릭터가 그려진 것을 쓰고 소개팅에 나가는 사람이 바로 나"라며 "미루다가 이번 생이 끝날 것 같아 그냥 나가보려 한다"고 언급했다.

여의도 벚꽃길(국회 뒤편) 전면 통제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윤중로에서 시민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결혼중개업체 역시 코로나19 확산 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인기를 끈다. 듀오에 따르면 회원 수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2월 이후 현재(지난 13일 기준)까지 꾸준히 3만여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듀오 측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감소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타 업계와 비교해 타격이 크지 않다"며 "회원들의 결혼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결혼정보회사인 가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가연 측은 "회원가입은 미리 하되 본격적인 만남은 코로나가 진정된 후에 하거나 사람이 많이 몰리는 장소를 피해 만나는 부류로 나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