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기다리면 무료' 사라지나요?

연말 '도서정가제' 재검토를 앞두고 웹툰, 웹소설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과 결제 방식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도서정가제가 강화되고 웹툰, 웹소설 등 디지털콘텐츠 기반의 전자출판물에도 정가제가 적용되면 '기다리면 무료', '첫회 무료보기' 등의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웹툰·웹소설 업계에 따르면 연말 재검토를 앞둔 도서정가제에 따라 웹툰과 만화 콘텐츠 결제와 계약 등에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도서정가제란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정가를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표시하고 그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로 2002년 법제화됐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서 도서정가제를 3년 주기로 재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오는 11월 재검토 시한이 다가온다. 이에 맞줘 정부는 이미 출판업계, 서점계, 소비자 단체 등의 이해관계자들을 위원으로 하는 민관협의체를 만들어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 초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웹툰 웹소설 유통사들에 국제표준도서번호(ISBN)을 발급받도록 권고했다. ISBN은 도서의 서지 정보와 가격 표시 등이 담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웹툰에도 도서 정가제와 같은 정가제를 시행하기 위한 초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웹툰 가격은 주요 유통사마다 결제 방식과 가격, 콘텐츠제공 방식이 모두 다르다. 유통사와 콘텐츠 작가가 어떻게 계약하느냐에 달려있는 셈.


결제 방식만 보더라도 네이버웹툰은 '쿠키', 카카오페이지는 '캐시', 레진코믹스는 '코인' 등 각 유통사마다 다른 교환체계를 가지고 있다. 1쿠키에 200원 등 기본적인 화폐 가치는 있지만 한꺼번에 많이 결제할수록 할인폭이 커진다. 또 '쿠키 오븐'을 통해 무료로 쿠키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수시로 진행되고 있다.

또 이용자 측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서비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웹툰 콘텐츠의 경우 연재 업로드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유통되는데 신규 웹툰 이용자 확보와 더불어 유료 결제로도 이어지는 1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정가제가 도입되면 이같은 다양한 무료, 할인 서비스, 혹은 가격이 더 저렴한 대여 서비스는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 이럴 경우 신규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접점이 줄고 오히려 웹툰 콘텐츠 소비에 보수적이 될 수 있다는 것.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정가제는 현재 ‘판매’되는 도서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전자책의 ‘대여서비스’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무료 웹툰 유통에 대해서는 "11월 검토 시한에 맞춰 웹툰, 웹소설 등의 새로운 출판문화를 대변하는 목소리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도서정가제는 단행본으로 출판되는 책에 관련된 거라 연재형 서비스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여론이 있었고 문체부에서도 개선안에 이를 고려해 주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