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원유시장 비집는 미국…사우디 밀어내기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사진=AFP

미국이 중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을 밀어내고 원유 수출을 늘리고 있다. 세계 올초 1단계 미·중 무역합의를 통해 미국 원유업체들이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에서 입지를 키워가는 반면 사우디 등 기존 원유 수출국들은 설 곳을 서서히 잃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이 수입한 원유 중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7%다. 1월 0.4%에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사우디산 원유 비율은 19%에서 15%로 줄었다.

올초 미국과 중국이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 공격을 중단하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공산품 수입을 늘리기로 했다. 중국은 내년 말까지 524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원유나 천연가스를 구입해야 한다.

중국에 풀리는 미국산 원유가 늘자 사우디는 원유 재고가 늘었다. 상품시장 분석업체 케이로스에 따르면 사우디의 원유 재고량은 지난달 말 기준 8100만 배럴에 이른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소비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던 사우디는 최근 아시아로 나가는 원유 가격을 낮췄다.

사우디 뿐만 아니라 다른 중동국가들도 일일 원유 수출량이 최소 4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고 있진 않지만 다음달 있을 미국 대선과 이에 따른 정권 교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중 무역합의 이행에 미칠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화웨이나 틱톡 등 양국 간 갈등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사우디 에너지부 관계자는 "이런 변화(미국산 원유 공급 확대)는 일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산 원유의 중국 시장 침투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도 봤다. 중국 정유업체들이 미국산 원유에 맞춰 공장을 재정비했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하락·저유가 상황에서 미국 원유업체들엔 희소식이다. 매니쉬 라지 벨란드라에너지파트너스LLC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확실히 미국 생산자들에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가는 연초와 비교해 34% 내렸고, 현재 배럴당 4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