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장군 민노총'과 '테스형 나훈아'…비판의 온도차 만들었다

수천명이 운집한 행사라는 점은 똑같다.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노동자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약 8000명이 모였다. 지난 16~18일 대구에서 열린 나훈아 콘서트는 회당 4000명이 출입 가능한데, 전석이 예약 20분만에 매진됐다.

군중이 운집한 두 모임을 두고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지만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민주노총 집회의 경우 정치 성향을 떠나 "엄정 대응"을 외치며 책임을 묻는다. 반면 나훈아 콘서트의 경우 "아쉽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도 정상 참작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 모양새다. 왜 그랬을까.
엇갈린 반응 "태극기냐" VS "정부 허가한 것"민주노총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다. 8000여명에 달한 지난 3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참석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3명 나온 것을 두고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는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의 누리꾼 A는 "태극기 부대랑 똑같다"고, 친야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펨코(에펨코리아)'의 누리꾼 B는 "보수집회는 살인자고 민노총 집회는 미지의 힘이 지켜주나"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마녀사냥을 하지 말라"는 반응에는 '클리앙'과 '펨코'가 한 목소리로 "뻔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나훈아 콘서트'에 대한 비판 수위는 비교적 낮다. 콘서트가 예정대로 열린다는 언론 보도에 누리꾼은 대체로 "대승적 차원에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와중에 "그래도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란 평가가 눈에 띈다. 포털의 댓글에는 "방역당국이 인정하지 않았나", "정부가 허가한 것", "정부 기준에 맞췄다"란 반응이 쏟아졌다.
만류 뿌리친 민노총과 '2단계' 준수한 나훈아비록 수천명이 모였단 점에서 두 행사 모두 집단감염의 위험이 있지만, 장소의 차이가 있다.

민주노총의 지난 3일 집회는 서울에서 열렸다. 당초 민주노총은 집회를 여의도에서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을 이유로 차단하자 장소를 종로3가로 바꿔 기습 시위를 펼쳤다. 참가자 대부분 마스크를 썼지만, 서로 거리가 좁았다. 집회 도중엔 "최저임금 인상하라" 구호를 외쳤고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했다.


당시 서울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심상치 않았다. 지난 3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794명 발생했다. 이 중 353명이 서울발 확진자였다. 확진자의 절반 가량이 서울에서 쏟아질 때 집회가 열린 것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강한 전파력도 우려되던 시점이었다. 김부겸 국무총리 등이 집회 철회를 요청했고, 서울시는 집회를 불허했지만, 민주노총은 묵살하고 시위를 진행했다. 결과는 확진자 발생이었다.

반면 나훈아 콘서트는 사정이 다르다. 일단 콘서트가 열린 대구의 경우 서울과 비교하면 코로나19 확산세가 강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당장 콘서트가 열린 16~18일 대구시 확진자 수는 각각 32명, 15명, 41명으로 동일 기간 서울과 비교하면 10~15배 차이가 난다.

16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EXCO) 동관에서 열린 '나훈아 AGAIN 테스형' 대구 콘서트 마지막 날 낮 공연이 끝나자 관람객들이 빠져나오며 주변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2021.7.18/사진=뉴스1

수도권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 것과 달리 대구는 '2단계'를 적용해오기도 했다. 정부는 방역지침상 거리두기 2단계인 경우 회당 최대 관객 수를 5000명 이내로 제한한다. 나훈아 콘서트에는 4000명이 입장했다. 방역지침을 거스르지도 않은 것이다.

물론 행사는 대구에서 열려도 팬은 전국에서 모이는 만큼 집단 감염 우려를 불식할 수 는 없기에 비판을 피할 길은 없다. '가황' 나훈아씨의 위상을 고려할 때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독불장군'과 '테스형'…그리고 까방권애초에 민주노총과 나훈아씨를 향한 여론의 시선이 달랐단 점도 비판의 수위가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후 정부 방침에 줄곧 비협조적이었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는 불참했고, 정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한 상생형 '광주형 일자리' 모델과 탄력근로제 등에 공공연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은 여권 지지자들 조차 민주노총에 등을 돌린 원인이다. 타협과 대화 대신 자신들 위주의 일방통행을 주도했던 민주노총에게 호의적인 여론 자체가 부족했던 것이다.

나훈아씨의 경우 대중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충성스런 팬덤도 건재하다. 무엇보다 지난 추석 때 방영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가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 사이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끈 적도 있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자신에 대한 비판 수위를 어느 정도 낮출, 일종의 '까방권(까임 방지권)'을 확보해놨던 상태였던 것이다.

실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지난해 방송 당시 29.0%라는 기록적 시청률을 기록했다. 신곡 '테스형'은 한 음원 사이트에서 스트리밍이 3700% 폭증했다.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 것",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와 같은 나훈아의 너스레는 여전히 명언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서트를 통한 집단 감염 사례가 나올 경우 나훈아씨도 책임을 피할 길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까방권의 지속 여부는 '집단 감염'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