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투기 조종에도 무사 귀환"…탑건 키우는 KAI '메타버스'

기자가 직접 VR 시뮬레이터로 FA-50 비행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사진=최민경 기자

#VR(가상현실) 고글을 끼고 FA-50 조종석에 앉자 넓게 펼쳐진 상공. 세상이 작게 보인다. 조종간을 왼쪽으로 꺾으니 세상이 왼쪽으로 한 바퀴 빙글 돌아갔다. 다시 수평을 맞추고 활주로를 향해 속도를 줄였다. 첫 비행이었지만 무사히 착지했다.

19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방산전시회 'ADEX2021'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는 메타버스 훈련 체험을 하기 위한 관람객들로 붐볐다. 해외 군 고위 관계자들도 메타버스 훈련을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섰을 정도다.


메타버스 코너에는 △UAV(무인비행기) 정비 △LAH(소형무장헬기) 시동·정비 △초음속 훈련기 T-50 비행 △다목적 전투기 FA-50 비행을 체험할 수 있게 VR 장비가 마련돼 있었다.

특히 가장 관심을 끌었던 건 KAI가 자체 투자를 통해 개발 중인 FA-50 VR 조종 훈련장비였다. 기존 FA-50 시뮬레이터와 상호 연동해 모의 비행 훈련, 편대비행, 전술훈련 등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구형 시뮬레이터와 새로 개발된 VR 시뮬레이터는 생동감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VR 고글을 끼지 않는 시뮬레이터는 전방에 컴퓨터 3대를 놓고 체험하는 방식이라 시야의 한계가 크다.


그러나 VR이 적용된 시뮬레이터는 실제 조종석에 탄 것처럼 앞, 뒤, 양 옆 360도 시야가 생생하게 구현된다. 뒤를 돌아보면 전투기의 날개와 꼬리가 보일 정도다. VR로 나타나는 지형도 실제 전투기를 탔을 때 보게 될 지형과 같아 현실감을 더했다.

이는 공중급유(비행 중인 다른 항공기에 급유기로 연료를 보급하는 행위) 등 다른 항공기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할 때 비행 거리감각을 익히는 데 유용하다.

각 시뮬레이터들은 연동되기 때문에 개인 훈련뿐만 아니라 합동 훈련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여러 대가 함께 공격하는 훈련도 할 수 있다. KAI는 최신 VR 시뮬레이터를 공군에 무상 대여해 피드백을 받고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이다.

VR 고글을 낀 두 명이 짝을 이뤄 정비 훈련을 하는 모습/사진=최민경 기자

항공기 정비 시뮬레이션도 VR 고글을 끼고 양 손에 컨트롤러를 잡고 실습한다. 컨트롤러를 통해 부품을 잡고 놓는 동작을 할 수 있다. 부품을 손으로 클릭하면 해당 부품에 대한 정보가 나와 학습하기 편리하게 만들었다.

이 역시 여러 대가 연동되기 때문에 여러 명이 한번에 훈련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도 두 명이 짝을 이뤄 같은 가상공간에서 부품을 넘겨받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KAI 관계자는 "실습생이 직접 비행이나 정비 훈련을 받으면 실수할 위험이 있지만 메타버스 훈련체계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시·공간 제약 없이 체험할 수 있다"며 "향후 민항기 교육과 고속상륙정, 잠수함 교육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가 제시한 MUM-T 모델/사진=최민경 기자

KAI는 이외에도 MUM-T(유무인복합체계)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MUM-T는 사람이 타는 유인기와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기가 같이 작전하는 무기체계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연구 중인 신개념 무기로 여러 대의 무인기를 통해 수집된 정보로 유인기의 생존성과 작전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KAI는 실제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에 공격 무인기를 적용한 모델을 제시했다. 헬기에 들어 있던 무인기가 발사되면 날개가 펼쳐지면서 목표 지점에서 정보를 수집한다. 헬기가 직접 위험한 곳을 가지 않아도 무인기에서 받은 정보를 통해 포탄을 날릴 수 있다.

KAI는 현재 군의 신속시범획득사업인 '헬기-무인기 연동체계 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앞으로 MUM-T가 미래 전술체계 기본이 될 전망"이라며 "올해부터 군 과제에 착수해서 연구개발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