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현장 이탈한 경찰은 왜? '무전기·테이저건' 안 썼나

층간소음으로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3명을 다치게 한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17일 인천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층간소음 갈등으로 40대 남성이 이웃 일가족에 흉기 급습을 한 사건과 관련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여론이 거세다. 경찰은 당시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두고 감찰에 착수했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송민헌 인천경찰청장은 18일 "피의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는 별개로 현재까지 조사된 사항을 토대로 철저한 감찰을 진행해 해당 경찰관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사과했다.


인천경찰청, 감찰 착수…흉기든 피의자에 왜 무기 대응 않았나

/삽화=뉴스1

인천경찰청은 살인미수와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된 A씨(48) 사건과 관련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2명과 112상황실 대응이 적절했는지 감찰에 나섰다. 출동인원이 적절했는지와 피해자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았는지 등을 살필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 15일 오후 4시50분쯤 인천시 남동구 서창동 한 빌라 3층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B씨와 60대 남성 C씨 부부, 자녀인 20대 여성 D씨 가족의 112 신고 당시 상황을 확인 중이다.

우선 논란이된 부분은 흉기를 소지한 A씨에 대한 경찰의 대처다.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되기 전 4층에서 피해 가족과 분리된 상태였고 3층에는 B씨와 D씨, 여경이 있었다. C씨와 남경은 1층에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 A씨가 3층으로 급습해 B씨와 D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3층에 있던 여경은 1층으로 이동해 도움을 요청했다. 곧바로 C씨가 먼저 3층으로 이동했고 뒤따르던 경찰들은 공동현관문이 잠기면서 시간을 지체해 A씨 범행을 막지 못했다.

통상 경찰관은 출동 시 총기와 테이저건, 삼단봉 등 총 3가지 무기를 소지한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범인 체포 △범인의 도주 방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의 방어·보호 △공무집행 항거 제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합리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한도 안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일 출동한 경찰관이 적절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아 피해자 보호에 실패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또 당시 경찰이 왜 무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1층으로 내려갔는지는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경만 있던 상황에서 도망이 아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다급하게 1층으로 이동한 것"이라며 "112신고를 접수한 상황실부터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까지 적절히 대응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감찰과 관련한 징계 여부에 대해서 경찰 관계자는 "해당 부분은 아직 조사가 더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복 신고에도 왜 추가 지원 없었나…"국민 생명과 직결, 무거운 책임져야"또 논란이 되는 부분은 출동 인원이다. 당시 현장에는 남경과 여경 각각 1명씩 2명이 출동했다. 이날 오후 12시50분쯤 1차례 신고 접수가 된 상황에서 재차 신고가 접수됐지만 추가 인원이 투입되지는 않았다.

출동규모는 신고내용에 따른 현장상황과 동시간대 출동 현황을 감안해 유동적으로 결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인천 사건은 주간 시간대였고 신고 당시 양쪽 간 흉기 등을 소지하거나 물리적 폭행이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순찰차 1대 출동지령은 통상적인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현장 경찰관 판단으로 추가경력이 필요할 경우에 추가 요청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상황이 우발적이었던 만큼 추가경력 요청은 어려웠을 것이란 판단이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 생명을 지켜야하는 의무가 있는 만큼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자리를 떠났으면 안된다고 본다"며 "성별 문제를 떠나서 지켜야할 직업정신"이라고 했다. 또 "충분히 살인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