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방부·은행 사이트 마비…러시아 '사이버 공격'?

15일(현지시간) 사이버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민영은행 프리바트방크 앱의 화면/사진=AFP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커진 우크라이나에서 국방부와 주요 은행의 웹 사이트가 사이버 공격을 당해 먹통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이번 사이버 공격의 배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사이버보안센터는 이날 오후 디도스(DDoS) 공격으로 인해 국방부, 외교부, 문화부 등 정부 부처와 국영은행 등 최소 10개 기관의 홈페이지가 마비됐다고 밝혔다. 디도스는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대량 접속을 시도(트래픽)해 해당 사이트를 정상 이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이버 공격 유형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현재 홈페이지에 '보수 중'이라는 안내문을 띄워놓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국방부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이 명백하며 홈페이지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국영은행인 오샤드방크는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일부 시스템이 느려지면서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 최대 상업은행인 프리바트방크 사용자들은 결제나 은행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은행 고객들의 예금은 안전하게 보호 중인 상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공격의 배후를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개입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센터는 성명을 통해 "대규모 공격 계획이 제대로 통하지 않자 공격자가 얕고 저열한 전술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사이버보안 기업 IISP의 설립자인 올레 데레비안코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이같은 '시끄러운' 사이버 공격이 훨씬 더 사악한 공격을 은폐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 외교관은 로이터에 "물리적 공격이 임박했음을 뜻하거나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계속 혼란에 빠뜨리려는 시도일 수 있다"며 "러시아가 이번 공격의 배후에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지속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받아왔다. 지난달 14일에도 대규모 해킹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외교부, 에너지부, 재무부를 포함한 7개 부처와 국가 응급 서비스 같은 주요 홈페이지가 먹통이 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공격이 우크라이나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권력을 장악하려는 러시아의 작전 중 일부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물론 동맹,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눈에 보이는 공격과 보이지 않는 공격 모두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