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억 유산' 지적장애 동생 살해 혐의…'사형' 구형된 형 "물가에 버렸지만 안 죽여"

경기 구리 왕숙천변에서 현장 검증 중인 피고인과 법원, 구치소 관계자들/사진= 성시호 기자

34억원 상당의 상속 재산을 노리고 지적장애인 친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성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지적장애인인 30대 친남동생에게 술과 수면제를 먹여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물에 빠트려 익사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친형 A씨에 대해 "비난 사유가 큰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며 법정 최고 형량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상속재산이라는 금전이익 위해 범행했으므로 특별한 비난사유 있는 살인사건 해당하고 미리 수면제를 준비하고 렌트카도 대여하는 등 계획적인 범행이었다"며 "거짓말하면서까지 지인 명의로 준비했고 돈을 주고 피해자를 외출하게 하고 밖에서 만나 유인하는 등 철저한 계획 하에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인데다가 보호의무자였다"며 "지능지수가 매우 낮아 주변 도움 없이는 정상 사회생활이 불가능했고, 2017년경에는 부모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가족은 피고인 밖에 없었는데 피고인은 사리사욕으로 범행했다"고 했다.

아울러 "현주건조물방화로 단기 실형 선고받는 등 전과가 있고 거짓진술로 일관하는 바 경찰단계에서는 거짓말도 모자라 참고인을 동원해 거짓진술로 회유하고 본건 진술 이후에도 끝까지 부인하고 있다"며 "보통 사람의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는 태도인 바, 태도도 극히 불량해 모두 종합해보면 양형인자는 가중인자 밖에 없고 법정 최고 형량 구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유기범행은 인정하나 살해의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후진술을 통해 A씨도 살해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울먹이며 진술을 한 A씨는 "그동안 쌓아온 것을 다 잃었다. 꿈도 직장도 모두 빠짐없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3명이나 되는 어린 자녀들은 못난 아빠 만나서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좌절할 위기에 있고 언론의 악의적이고 잘못된 보도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이기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고 했다.

A씨는 "기자 때문에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전학갔다고 한다. 가슴이 아프고 피눈물이 난다. 한 순간의 실수때문에 벌어진 걸 잘 알고 있다.
가족때문에 미안하고 괴롭다. 1년간 수용생활을 하면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눈물이 나고 이제와서 돌이킬 수 없지만 너무나 후회한다"고 했다.

아울러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동생에게 미안하고 면목이 없다.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는 것을 알기에 벌을 달게 받겠다. 하지만 제가 하지 않은 것까지 처벌받는 건 부당하고 이해할 수 없다"며 "6월17일 동생의 첫 기일이었다. 용서를 빌었고 다짐했다. 동생 너를 위한 삶을 살아가겠다고 지켜봐달라고 약속과 다짐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재판장에게 "정의로운 판단으로 친동생을 죽였다는 주홍글씨만은 달고 살아가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검찰은 A씨가 2017년 6월 부모 사망 후 남동생과 함께 상속인이 돼 상속재산 대부분을 상속받은 후 과소비로 인해 동생 몫의 상속재산을 노리고 범행했다고 보고 있다.

친동생의 후견인이 A씨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 및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판단한다.

A씨는 지난 2021년 6월28일 오전 1시께 경기 구리시 왕숙천변에서 술과 수면제를 먹은 동생을 물에 빠트려 죽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당일 오전 2시50분께 동생이 실종됐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익사한 동생의 사체는 강동대교 아래에서 발견됐다.

A씨는 범행전날 지적장애인인 동생이 자신의 딸 스타킹으로 성적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우발적으로 분노를 느껴 왕숙천변 둔치에 유기했지만, 익사시킬 의도는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