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포장에 냉장고 박스써"…비용절감 30%성공한 中企

경기 평택시 서브원 중앙물류허브 포장기술연구소 전경./사진=서브원

#매출 300억원 규모의 중소 김치 제조 업체 S기업은 서브원 포장기술연구소 덕분에 영업이익이 늘었다. 물류 이동 거리가 30㎞로 짧고, 표준 박스를 사용해도 충분한 무게였지만 냉장고나 고가제품에 쓰는 초고강도 골심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2019년 처음 유통업에 진출하면서 포장업체들이 '적재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과대포장으로 이어졌다. 이 때 S기업 대주주인 사모펀드가 원가 절감을 추진하면서 서브원 포장기술연구소에 의뢰했고, 기존 비용의 최대 30%를 절감했다.

경기 평택시 서브원 중앙물류허브 포장기술연구소는 일반적인 사무실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극한의 바람·습도를 측정할 수 있는 수입 장비에 종이박스가 털썩 떨어지기도 하고 하중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측정하는 '박스 실험실'에 가까웠다. 사무실 한 쪽에 젖지 않는 종이 박스 실험도 진행 중이었다.


포장기술연구소는 MRO(기업운영자재) 대표기업인 서브원이 적절한 포장비용을 제안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2020년 2월 처음 설립된 이 연구소는 벌써 50여곳 이상의 기업에 컨설팅을 했다. 지난해 매출 4조9800억원을 기록한 서브원이 포장으로 벌어들이는 금액이 연간 8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MRO기업이 전문적인 포장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서브원은 개발단계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까지 '올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 포장비용이 전체 물류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20%가량으로 크지만, 객관적인 측정이 번거로워 대다수 기업이 경험과 주변 조언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이상재 서브원 포장 솔루션 총괄 책임은 "비용 절감 방안 중에 가장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상재 서브원 포장솔루션 총괄책임이 포장컨설팅 S-코아스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서브원

포장기술연구소를 이끄는 이 책임은 1997년 LG전자에 입사해 포장재 설계를 주로 해 온 전문가다. 압축·파열강도와 항온항습기, 추락 테스터 등 전문 검사장비 15종을 갖춘 연구소 설립을 주도한 것도 그다. 그는 종이 박스의 미래에 대해 "비에 젖어도 쉽게 무르지 않고, 나아가 아이스크림까지 종이박스에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기업들은 포장에 심혈을 기울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포장재 시장은 2017년 44조 2000억에서 2022년 기준 105조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포장 수요가 급증한 측면도 있다. 기업 구매·제품연구 담당자가 서브원 포장기술연구소 종이와 플라스틱, 팔레트 등 각종 포장재를 비교·상담할 수 있다.


서브원은 포장 기술을 토대로 사업영역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포장 비용 절감 요구가 높지만, 오히려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과대·과소포장으로 겪는 시행착오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포장재 도입도 중소기업엔 어려운 과제다. 지난달 포장재 전문 온라인 쇼핑몰 패커원도 선보였다. 주문 제작·견적 요청기업이 필요한 포장재 모든 과정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