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만 썼는데 눈 앞에 내비가..." AR 헬멧, 어떻게 나왔나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2022 디자인코리아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에 출품된 다테크니끄의 AR 스마트 헬멧 /사진=김훈남

이륜차 용품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다테크니끄'가 선보인 'AR(증강현실) 스마트 헬멧'은 헬멧의 실드(유리) 부분에 주행 정보나 교통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상화면을 구현화한 제품이다. 쉽게 말해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 옵션 중 하나인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주행 정보를 운전자 앞 유리창에 표시해주는 장치)를 이륜차 헬멧에 적용한 것이다.

'이륜차 운전자도 자동차 운전자처럼 내비게이션을 쓸 수 있다'는 발상 자체는 단순하지만, 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AR 스마트 헬멧의 핵심은 주행 정보를 표시하는 광학 실드에 있는데, 광학 실드의 디자인 작업이 많이 소요된 탓이다. 2018년 말 설립된 신생 스타트업엔 별도의 디자인팀을 꾸리는 게 큰 부담이 됐고 제품 기술팀이 디자인 외주업체와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제품개발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엔지니어의 언어'와 '디자이너의 언어'가 다른 탓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디자인에서 발생한 문제는 역시 디자이너가 해결했다. 다테크니끄는 지난해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이 운영하는 '디자인혁신 유망기업'으로 선정돼 디자인 경영역량진단을 받았고, 연계 사업인 '제조기업 디자인 인력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실무 경력 5년 이상의 디자이너를 채용했다. 제조기업 디자인 인력지원 프로그램은 KIDP의 인재 풀에서 디자이너를 채용하거나 수혜기업이 직접 채용한 디자이너에 대해 실무 경력에 맞춰 월급여의 절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실상 최고 디자인 책임자인 CDO(chief design officer)를 영입하면서 제품 개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특히 같은 '디자이너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외주 업체와의 소통이 원활해진 효과가 가장 컸다고 한다. 그 결과 다테크니끄는 지난해 11월 AR 스마트 헬멧의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기술특허 4건과 디자인 출원 13건, 상표출원 5건 등 지식재산권을 출원하거나 등록했다.

또 올해 3월에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세계가전전시회) 2022에 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9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TIPS'에 선정됐다. 이 회사는 포스텍 홀딩스 등 주요 기업의 투자를 받아 2023년 AR 스마트 헬멧의 양산품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임형빈 다테크니끄 대표는 "KIDP의 디자인 인력지원 및 혁신유망기업 지원 프로그램은 실무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며 "소규모업체가 다수인 디자인 업계 특성상 정보가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디자인 외주업체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데 KIDP가 일차적으로 검증된 회사를 소개해 주고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상시 모니터링을 해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