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호소한 법인세·한전법…"불발 땐 주가하락·전기료 폭등"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박종진 기자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2.13.

윤석열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 법안의 처리를 국회에 연일 호소했다.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들이라는 얘기다.

법인세 인하가 불발될 경우 주식시장의 기업 감세 기대가 무너지면서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개인 투자자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법 개정이 무산될 경우엔 내년 전기요금을 올해 인상분의 3배 이상 올려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현재 국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의 첫 예산안 법정기한이 열흘이 넘게 지나가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된 세제 개편안에는 우리의 국익과 민생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있다"며 "세제 개편을 통해 국민의 과도한 세부담을 정상화하고 법인세를 인하해서 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활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여야는 예산안 감액 규모와 법인세 인하 문제 등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법인세 인하 법안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초부자 감세'라고 규정하며 반대하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인세를 낮추면 서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영업이익 5억원 이하인 중소기업에 법인세율 10%를 적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마련, 단독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을 기존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확대와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법인세 인하의) 취지는 법인세 구조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개편하려는 것"이라며 "투자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IMF(국제통화기금)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과표구간 단순화를 권고하고 있다. 2019년 기준 한국 전체기업의 실효세율은 21.4%로 △미국 14.8% △일본 18.7% △영국 19.8%보다 높았다. 또 37개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코스타리카만 4단계 이상의 법인세 누진체계를 갖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할 경우 단기적으로 투자는 0.46%, 취업자수는 0.13%, GDP(국내총생산)는 0.21% 증가한다. 장기적으로는 각각 2.56%, 0.74%, 1.13%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서민들 역시 주식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는 만큼 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라고 볼 순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KDI에 따르면 경제활동 인구 1명당 주식거래 활성화 계좌 수는 2010년 0.7개에서 지난해 1.96개로 늘어났다. 국내 주식투자 인구수는 10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DB금융투자는 법인세가 인하될 경우 내년 국내기업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2.1%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법인세율 3%포인트 인하시 내년 코스피200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4% 증가할 것이라 봤다. 법인세 인하에 따른 기업이익 증가 기대가 주식시장에 일부 반영돼 있다고 가정하면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경제가 어려울 때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지 않더라도 법인세 인하는 (투자가) 덜 감소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며 "법인세 인하는 (중장기적으로) 기업이익을 늘리고, 이는 배당 등을 통해 주식투자자에게 분배된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한전법 개정안 처리도 최우선순위로 놓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한전법 개정안이) 이번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며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의 유동성 확보를 통해 국민의 전기료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안 처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한전법 개정안은 현재 자본금·적립금 합계 금액의 2배로 제한된 한전채 발행 한도를 5배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한전채 발행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45조9000억원)의 2배인 91조8000억원이다. 문제는 한전채 누적 발행규모가 지난 8일 기준 67조2000억원으로 남은 한도가 올해 한전의 적자 규모인 30조원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법 개정 무산으로 한전채 추가발행이 막힐 경우 내년 1분기 중 전기요금을 1kW(키로와트)당 약 64원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 올해 전기요금 인상분 19.3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규 한전채 발행이 막히면 전력 구입대금 지불과 차입금 상환 등이 어려워져 전력 공급 차질과 전력 시장 마비가 우려된다"며 "국가 경제 전반의 대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