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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행진곡' 대신한 삶의 의미 '그녀'

[차(車)에서 듣는 그 곡(曲)]<2>엘비스 코스텔로 '쉬(She)'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입력 : 2017.04.22 05:05|조회 : 5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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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바쁜 일상을 사는 직장인들에게 '차(車)' 속 공간은 가장 사(私)적인 음악 감상실이 될 수 있습니다. 그곳이 자가용이든 택시든 버스든 전철이든 말이죠. 틈날 때마다 차안에서 듣는 좋은 노래들을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한달 전엔 몰랐다. 지인의 청첩장을 받고 장소를 확인하는 순간 "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양평'. 게다가 시간도 저녁 6시였다. 차가 없으면 엄두를 내기 어려운 곳인데다 올라올 때 막힐 게 뻔했다. 하지만 어느덧 시간을 흘렀고, 결혼식 당일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덕분에 양평으로 향할 수 있었다. 1시간 30여분을 달려서 간 결혼식장은 최근 양평 명소로 뜨고 있는 한 커피전문점 옆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엘비스 코스텔로 '쉬(She)' 가 담긴 영화 노팅힐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음반 표지
엘비스 코스텔로 '쉬(She)' 가 담긴 영화 노팅힐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음반 표지

신랑과 신부 둘 다 마흔을 넘어 하는 늦은 결혼이다보니 식의 화려함보단 내실에 공을 들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스몰 웨딩'을 선택한 것. 실제로 결혼식은 가족과 친지들, 몇몇 지인들만 불러 주례도 없이 간소하게 치러졌다. 식장의 분위기를 한껏 달군 음악도 소박한 실내악 연주로 채워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신부 입장 때 나온 노래였다.

아무런 의심 없이 '결혼행진곡'을 예상하고 있다가 엘비스 코스텔로의 '쉬(She)'가 흘러나오자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긴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가사 '내 삶의 의미, 바로 그녀에요(The meaning of my life is she, she, she)'에 담긴 이 노래의 의미가 감동적으로 되살아났다.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잠시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졌지만 이내 우아하고 멋진 노래에 식장 전체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지인이자 이날의 주인공인 '신부'의 발걸음도 경쾌하고 즐거워 보였다.

한편의 아름다운 광고 같은 결혼식을 뒤로 하고 차에 오르면서 서둘러 휴대폰에 있는 '유투브'로 '쉬(She)'를 찾았다. 1999년 영화 ‘노팅힐’에 삽입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 곡은 원래 프랑스의 인기곡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쉬~'로 시작하는 감미롭고 애절한 코스텔로의 음성이 차 안을 가득 메웠다. 결혼으로 '삶의 의미'를 찾은 두 사람의 앞날에 축복을 기원하면서 오랜만에 '무한반복' 모드로 전환해두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어느새 차창 밖 양평의 풍경이 영화 세트로 바뀌면서 미끄러지듯 그 속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4월 20일 (15:14)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석환
최석환 neokism@mt.co.kr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글.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를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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