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30년 거주 '볼보 매니아' 등돌리게 한 주행 멈춤

제보자 A씨가 구입한 볼보 XC70. 두차례 같은 결함으로 주행중 멈춤 현상이 발생했다./사진=독자

"한국에서 볼보(Volvo)가 마치 '안전'(Safety)을 자사 고유의 상징처럼 마케팅하고 있지만 제가 겪은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진 건 볼보자동차코리아·딜러의 책임감 없는 태도였죠."

스웨덴에 약 30년간 거주하다 2014년 영구귀국한 제보자 A씨(56)는 한국에서 구입한 자신의 XC70 D4 차량에서 발생한 잇단 주행 중 멈춤 현상과 후속 조치 과정을 악몽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유학시절부터 '스웨덴의 아이콘'격인 볼보를 꾸준히 애용해왔다. 주변에도 추천하며 '볼보 전도사'를 자처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경험은 그를 등 돌리게 만들었다.

XC70 차량을 구입한 지 반년만인 2015년 3월 도로에서 달리던 중 차가 저절로 멈춰 버린 것.

공학 박사로 스웨덴계 기업에 재직 중인 A씨는 "무척 놀랐지만 다행히 안전사고가 없었고 볼보 정비센터로 견인해 수리를 했다"며 "디젤 배기가스를 걸러주는 필터가 막힌 게 원인이라고 들었고, 처음엔 재발되지 않을 것이란 구두 보장을 받아 믿고 다시 탔다"고 전했다.


문제는 그 후 발생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직장 업무용 차량을 쓰게 돼 지인 B씨에게 자신의 XC70 차량을 양도했다. 그런데 B씨가 올 3월 가족과 함께 경남의 한 고속도로에서 이 차를 주행하던 중 같은 결함으로 또다시 갑작스레 멈춰선 것이다.

자칫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 인명사고로까지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A씨는 미안함이 컸다. 그는 "지인이 해당 차량을 인근 센터로 견인·수리했는데 2015년 발생했던 고장과 똑같은 사례였고 교체한 부품도 같았다"며 "회사 측에 재발방지를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요구했지만 센터나 볼보코리아는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는 입장만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구매처 담당자나 센터와의 전화 연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A씨는 "지인이 이제 이 차에 정이 떨어졌는데 이런 심각한 결함을 은폐하지 않고는 그 누가 이런 차를 사겠는가"라며 "혹 숨기고 판다면 그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나쁜 행위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XC70의 안전 결함도 그렇지만, 볼보코리아의 대응 태도가 더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A씨는 "여기가 스웨덴이라면 이랬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문제점들이 알려지지 않으면 우리 외에도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포기하지 않고 바로 잡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볼보코리아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아예 스웨덴 본사로도 직접 이메일을 보냈고, 최근에야 "해당 시장 담당자에게 정보가 전달되고 그에 따라 업데이트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받았다.

볼보코리아 측은 관련 취재가 들어가자 해당 사안을 면밀히 살펴보고 적극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3월 두번째 정비 완료 후 고객이 다시 문제 발생으로 센터를 찾지 않아 상황 인지를 못했고 차량이 양도되면서 고객 정보에 대한 혼동이 있었을 수 있다"며 "담당자가 최대한 빨리 해당 고객에 연락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해가 있었을 수 있는데 고객 불편 사항을 알고도 넘기진 않았을 것"이라며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믿고 불안감 없이 운전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개선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A씨가 구입한 XC70차량의 주행중 멈춤현상 요인이 된 결함 부품/사진제공=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