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우울한 창립15주년 …철수설 vs 역할론 '뒤숭숭'

창립 15주년을 맞는 한국GM 안팎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역대 최악의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GM 본사의 지분매각 제한기한이 오는 17일로 끝난다. 3년간 누적손실이 2조원에 달하고, 가동률이 20~30%에 불과한 군산공장 상황 등이 겹치면서 철수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연평균 10조원 이상의 매출과 1만5000여명 이상의 직접 고용효과를 내고 있는 한국GM의 철수를 거론하기에는 너무 섣부르다는 평가도 만만찮다. 글로벌 GM에서 차지하는 한국GM의 위상도 쉽게 간과할 부분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GM의 지분 매각 제한 종료…위기의 한국GM=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17일 한국GM은 창립 15주년을 맞는다. GM은 2002년 대우자동차의 승용차부분을 인수하면서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기념비적인 날이지만 한국GM은 별도 행사없이 조용히 창립기념일을 보낼 계획이다.

한국GM은 현재 위기에 빠졌다. 한국GM의 올 누적 판매량(수출 포함)은 40만1980대로 지난해보다 7.5% 감소했다. 9월 내수 판매는 8991대에 그쳐 역대 최초로 쌍용차에게 3위 자리를 내줬다. 시장 점유율도 7%대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특히 올 창립일을 끝으로 GM 본사가 약속한 한국GM 지분매각 제한기간이 끝난다. 지분 17.2%를 보유한 KDB산업은행의 매각 비토권(거부권) 행사 권리가 종료돼 GM이 한국GM을 매각하려 해도 국내에서는 손쓸 도리가 없다.


이에 최근 3년간 2조원의 누적 적자를 낸 한국GM을 GM이 포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회사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철수설 논의 등을 위해 오는 23일 국정감사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업계에서는 부분매각→사업축소→전체매각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분 매각의 첫 타겟으로는 군산공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준중형세단 ‘크루즈’의 부진으로 군산공장은 최근 가동률이 20~30%로 추락했다. 공장 유지를 위한 고정비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GM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는 것도 철수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GM은 올해 유럽 오펠을 매각하고, 호주(2013년), 러시아(2014년), 남아공 및 인도(2017년 등에서 연달아 철수했다.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의 지난 15년간 누적 매출은 160조원에 이르고, 연평균 1만5322명의 고용효과를 내고 있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고용효과는 더 크다.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 /사진제공=한국GM

◇한국GM, 위상 아직 높다…섣부른 철수설 경계= 한국GM은 철수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아직 철수를 언급하기에는 이르다"며 "한국GM이 글로벌 GM에서 갖는 위상은 철수를 한 다른 지역법인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인도 등 GM이 철수를 선택한 시장은 해당 지역법인이 주로 그 지역의 내수 시장만 담당하는데 한국GM은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GM의 수출량은 전체 생산규모의 75%에 달한다.

한국GM은 경차(스파크)와 소형SUV(트랙스)의 생산을 글로벌 GM내에서 담당하고 있다. 유럽 철수 등으로 향후 수출량이 줄어들 수는 있으나 한국GM이 GM에서 맡은 역할은 큰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한국GM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SUV ‘트랙스’를 미국으로 수출 중이다. ‘트랙스’가 속한 RV(레저용차량)의 수출량은 올해 7.7%가 늘었다. 생산을 맡고 있는 부평공장의 가동률은 100%가 넘는다.

한국GM은 현재 GM 본사와 ‘트랙스’ 후속 차량을 연구개발 중으로 2020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군산공장의 가동률 회복이다. 이를 위해 한국GM은 시간당생산량을 낮추고, 다음달 ‘크루즈’ 디젤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