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노사협상…文정부, 2년차 징크스 넘을까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올해 국내 기업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얼어붙었다.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이 임금교섭을 끝내지 못했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노동현안이 대두되면서 주요 대기업의 임단협 타결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내년도 임단협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본다.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고, 신정부 2년차에는 노사분규가 증가하는 징크스도 있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100명 이상 사업장 가운데 지난 11월말까지 임금교섭을 타결(임금결정 진도율)한 곳은 64.4%로 최근 10년(2007~2016년) 평균인 71.7%보다 7.3%포인트나 낮다. 2011년 이후 11월 임금결정 진도율이 70%를 넘지 못한 것은 지난해와 올해뿐이다.

그나마 지난해는 9월에 이미 절반의 사업장이 임금교섭을 끝냈지만 올해는 10월이 돼서야 겨우 절반(52%)을 넘어섰다. 노사가 대립 속에 임금협상의 교점을 찾지 못하며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해는 상반기 대선정국과 정권교체로 그동안 억눌렸거나 밀렸던 노동현안이 불거졌다. 노동계는 대선투쟁과 노정교섭을 통한 입지 강화에 나섰고,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와 노동개혁 정책 폐기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정부의 일자리 창출(공공부문 정규직화)과 최저임금 고율(16.4%) 인상, 근로시간 단축 논의 등이 진행되면서 각 노동조합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다. 또 민주노총 산하 주요 조직에서 강성 집행부가 당선된 것도 교섭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 등이 임단협을 매듭짓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완성차 노조의 집행부 선거 등으로 임단협이 중단된 것이 교섭 지연의 주된 이유지만 노조의 무리한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GM 노조는 내년 1월 2~5일 전면 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도 노사간 접점을 못 찾고 있다.

경영계는 내년 임단협도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짝수해는 다수의 기업에서 임금 협상과 단체협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내년에는 6월 지방선거도 있다. 내년 1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예정된 휴일근로 중복할증 소송은 결과에 따라 노사 폭탄이 될 수 있다.

특히 역대 정부의 2년차에는 노사분규가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노무현 정부 2년차인 2004년 노사분규는 직전 해보다 44.4% 급증한 462건 발생했다. 이는 2000년 이후 최대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2년차 때 노사분규가 전년 대비 각각 12%, 54.2%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지방선거 일정 등을 고려해 올해보다 조기에 임단협이 개시될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기업 노사관계 개입도 임단협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