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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화와 음주, 변태 성문화로 얼룩진 대학 축제

[소프트 랜딩]"나라는 나라답게, 축제는 축제답게"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05.25 06:30|조회 : 28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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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 대학 캠퍼스는 저마다 축제 분위기로 한창 무르익은 모습이다. 대학생들이 젊음과 열정을 마음껏 발산하며 즐길 수 있는 장이 바로 대학의 축제이다.

그런데 오늘날 대학가 축제의 모습은 비싼 돈으로 유명 연예인 공연을 즐기며 먹고, 마시며 변태적인 성문화와 상업주의가 판을 치는 저급한 행사로 전락해 버렸다.

대학 축제는 이미 지나치게 상업화돼 마치 유명 가수들의 공연장을 방불케 한다. 으례 대학 축제 시즌을 앞두고 대학마다 유명한 스타급 가수나 인기 높은 아이돌 가수를 섭외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까지 벌인다. 이는 얼마나 인기 있는 가수를 섭외하느냐가 곧 축제의 흥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제 시즌이 되면 A급 유명 가수들의 섭외비용은 천정부지로 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3~2015년 전국 134개 4년제 대학의 축제 예산에서 연예인 섭외비용은 평균 3400만원에 달했다. 심지어 일부 인기 아이돌 그룹의 섭외비는 무려 5000~6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 수도권 10개 대학에서 2~3일간 축제에 섭외한 가수는 평균 8팀 내외이며, 많게는 19팀에 이른다. 따라서 다수의 출연 가수와 연예인을 섭외하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무대 설치비용까지 포함하면 결국 축제 공연에만 수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런 비싼 행사 비용 때문에 대학이나 학생회에서는 주류 회사 등의 학내 광고를 통해 외부 스폰서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해 결국 1만원을 호가하는 티켓을 판매해 비용을 충당하게 된다.

그런데 인기 연예인을 보기 위한 팬들이 몰려들면서 축제 티켓은 곧 값비싼 암표로까지 탈바꿈한다. 실제로 지난해 연세대 아카라카 축제에 아이돌그룹 ‘엑소’가 나온다는 공지가 나오자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티켓값이 무려 20배 까지 치솟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대학 축제는 장소만 대학일 뿐이지 고액으로 섭외된 유명 연예인과 극성팬들과 주류회사 등 대기업 광고가 넘쳐나는 상업화된 공연판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축제를 빙자한 지나친 음주 문화와 이에 따른 사건 사고도 대학 축제를 오염시킨 주범이다.

축제 기간 학내에서 음주가 허용되면서 학생들의 지난친 음주와 이에 따르는 사건·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기물 파손은 물론 각종 고성방가, 폭언, 폭행 등이 잇따르고, 심지어 과도한 음주로 학생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2년에는 한 대학 축제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하던 대학생들이 무분별하게 레이스를 펼치다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학생들에 의해 주점이 운영되는 탓에 제대로 된 위생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사후 처리도 미흡해 항상 축제 이후 학교 현장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또한 연예인을 보러 온 중고생 미성년자들의 주점 출입이 제대로 규제되지 않아 어린 학생들의 탈선을 조장하는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변질된 축제 문화도 보는 이들의 눈쌀을 찌뿌리게 만들고 있다.

요즘 대학교의 축제 공연을 보면 유명한 연예인도 있지만, 아이돌 가수의 댄스 공연을 재현하거나 자체적으로 만든 안무를 선보이는 '커버댄스' 그룹의 공연도 인기리에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 커버댄스 그룹은 의상부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노출이 심하다. 게다가 이들의 댄스 공연은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동작들이 주를 이루며 가뜩이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이리저리 벗어가며 의도적으로 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축제의 각종 이벤트 행사 역시 선정적인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몇 년 전 강원대에서는 ‘우유마시기 커플대회’를 열었는데 일부 학생들이 여학생의 몸에 우유를 부은 뒤 남학생이 이를 핥아먹는 사진이 공개돼 비난을 사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선정적인 주점 광고와 호객 행위까지 만연하고 있다. 여학생들이 마치 술집 여종업원을 연상케 할 정도의 야한 옷과 미니스커트를 입거나 혹은 교복, 기모노까지 입고 호객을 하기도 하며, 성행위나 성기 등을 연상케 하는 낯 뜨거운 문구가 쓰인 광고를 버젓이 내걸고 주점 운영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전반적인 축제 분위기가 술과 선정적 문화가 가득하다보니 축제 현장 곳곳에서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헌팅족들이 활개치고 온갖 성추행과 성희롱이 난무하는 무법지대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재작년 한양대학교의 한 주점에서는 곱창 등의 메뉴에 살인마 오원춘의 이름을 딴 ‘오원춘 세트’, 미성년자 간음 등으로 수감된 바 있는 고영욱의 이름을 붙인 ‘고영욱 세트’를 팔다가 여론의 비난이 일자 총학생회의 공식 사과와 함께 축제가 취소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물론 대학의 축제는 즐거워야 한다. 하지만 그 즐거움을 찾는 방식이 그저 몸값 비싼 유명 연예인을 부르고, 거대한 술판을 벌이며, 변태적이고 선정적인 행사를 즐기는 것이라면 과연 대학교와 유흥업소의 차이가 무엇인가?

'나라를 나라답게' 교체하길 원하는 것처럼 이제 대학도 '축제를 축제답게' 바꿔야한다.

최성근
최성근 skchoi77@mt.co.kr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심도깊은 분석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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