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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반려동물 포기'…불편해도 이젠 논의해야

[같은생각 다른느낌]처벌만으로는 불법 유기 줄이는데 한계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10.17 06:30|조회 : 7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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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의 ‘반려동물’(companion animal) 용어는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사용된 이후 일반적인 명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반려’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년 불법적으로 버려지는 동물이 늘고 있다.

6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6년 동물의 등록·유기동물관리 등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된 유기·유실 동물은 8만9732마리로 전년대비 9.3% 늘어났다. 이는 구조된 경우의 수치이며 실제 유기된 동물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지자체의 지난해 유기동물 구조·보호·동물센터 운영비용은 114억8000만원에 이르러 전년대비 17억3000만원(17.8%) 증가했다. 또한 지난달 29일 정부는 '2018년 예산안'에 유기·유실동물에 대한 입양을 지원하기 위해 7억5600만원을 신규 책정됐다. 유기·유실동물을 입양할 경우 질병 진단키트, 예방 접종비 등 입양과 관련한 정부 지원금이 동물 1마리당 최대 20만원까지 지급된다.

이렇게 불법적인 동물 유기로 인해 구조·보호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반려동물과의 조화로운 공존은 위협받고 있다.

이에 대해 불법 유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7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전국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반려동물 양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유기·학대에 대해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86.0%가 동의 또는 완전동의로 응답했다.

하지만 처벌만으로는 불법 유기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이사·장기간 부재·경제적 곤란 등의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받아 줄 사람이 없으면 억지로 키우기를 강제하기 어렵다.

지난해 7월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동물복지 지원시설 도입방안'에 의하면 설문 조사 응답자들은 반려동물을 사육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제적인 문제(31%)를 꼽았다. 반려동물을 포기하게 하는 요인은 장기간 부재(25.9%), 개인 사정(11.6%), 경제적인 문제(11.6%) 등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행중인 동물등록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동안 유기·유실 동물 방지를 위해 2014년 동물등록제를 의무화했지만 지난해 말까지 누계 107만 마리만 등록했고 반려동물 미등록에 대한 과태료 부과 실적은 지금까지 1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런데 보다 적극적인 불법 유기 사전 차단과 처리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처벌 강화 대신 동물포기를 합법적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육포기동물 인수제’란 반려동물 사육을 포기하는 사람이 일정 비용을 내고 동물보호소에 위탁하면 지자체에서 해당 동물을 관리해 입양처를 연결해주는 제도다. 가령 사육포기를 하는 양육권자가 50% 정도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부와 지자체 등의 예산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영국, 미국, 일본 등 동물복지 선진국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으며 2012년 ‘서울시 2020 동물복지계획’과 2014년 ‘농식품부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도 추진과제로 선정됐었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은 “사육포기동물 인수제가 도입되면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 사회적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반대한다. 그리고 “동물판매업, 동물번식업 등에 대한 규제와 유기동물 보호소의 체계적 운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제도로 유기가 합법화되면 실질적인 유기율이 오히려 높아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사육 비중은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로 증가했고 사육 가구 수는 약 457만 가구(약 1000만명)에 이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2020년까지 반려동물 150만마리, 관련 산업 시장규모 3조5000억원, 일자리 4만1000개를 창출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반려동물 증가에도 그에 걸맞은 사육기반이나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는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내 개는 물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양육권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내 개는 버려도 된다”는 무책임한 양육권자가 늘어난다면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반감은 커지고 관련 산업도 성장하기 어렵다.

현재의 사후적 보호방식만으로는 동물 유기를 사전에 차단할 수 없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반려동물을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반려’라는 말에 얽매여 경제능력이 없거나 소양이 부족한 양육권자가 억지로 키우기를 바라기보다는 합법적인 사육포기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0월 16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태형
김태형 zestth@mt.co.kr

곡학아세(曲學阿世)를 경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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