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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정부 대책과 자율규제안의 4가지 문제점

[같은생각 다른느낌]가상통화 규제의 핵심이 빠졌다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12.21 06:30|조회 : 6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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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가상통화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13일 정부에서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연이어 15일에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와 가상통화거래소들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긴급대책과 가상통화거래소의 자율규제안은 여전히 거래의 안전성·투명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부 대책이 가상통화거래소와 시장에 규제가 아니라 호재로 작용했다.

가상통화거래소는 자본금 20억 이상을 가지지 않으면 협회 회원 가입을 막겠다며 진입장벽을 높이는 데 이용했다. 정부의 긴급대책 발표 일주일만에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1850만원에서 2100만원으로 상승했고 해외보다 200~300만원이나 높게 형성됐다.

가상통화 규제를 위한 정부 대책과 자율규제안의 문제가 무엇일까?

◇가상통화거래소가 블록체인 또는 핀테크 업체?

10월 사단법인 한국블록체인협회(가칭)에는 가상통화거래소들, 데일리 금융그룹, 더루프 등 블록체인 기술업체, 지자체인 대전시·금천구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가상통화거래소는 가상통화를 거래하는 곳이지 블록체인 기술 업체가 아니다. 가상통화 거래를 못하면 마치 블록체인 기술 발전이 뒤처지는 것처럼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올해 중국은 가상통화의 폐해로 온라인 가상통화거래소를 폐쇄했지만 경제혼란이 생기거나 블록체인 기술을 망쳤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또한 가상통화거래소는 실정법상 금융업체가 아니라 거래를 중개하는 통신판매업체에 불과하다. 정부도 전혀 금융업체로 인정할 생각이 없다.

실제 가상통화를 결제·송금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등락폭이 너무 커서 안전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거래보다는 투자나 자금 은닉 수단으로 더 많이 이용하는 실정이다. 가상통화가 널리 쓰이면 국가의 통화 거버넌스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가상통화거래소는 회색지대에 방치되면서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때에 따라 블록체인이나 핀테크 업체인 양 활동하다가 막상 해킹· 횡령 등이 발생하면 통신판매업체로 도망갈 뒷문을 열어뒀다.

◇오프라인 ‘콜드 스토리지’에 보관하면 안전할까?

자율규제안에 따르면 금전은 전액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가상통화는 70% 이상 오프라인 방식인 콜드 스토리지(하드디스크)에 보관하겠다는 것이다.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그동안에도 원화는 거래소 통장을 통해 입금돼 왔고 가상통화는 거래용을 제외하고는 따로 오프라인 하드디스크에 분산 보관했었다.

그런데도 6월 빗썸에서 대규모 정보유출에 따른 해킹, 도난 사건 등이 발생했다. 피해 대부분은 가상통화의 분실이었다.

최근 19일 유빗(구 야피존)도 가상통화를 80% 이상 콜드 스토리지에 보관했으나 전체 자산의 17%, 170억원 가량 손실을 입었다며 파산 신청을 했다. 이미 유빗은 지난 4월 해킹을 당해 전체 자산의 37%, 55억원 정도를 도난당한 적이 있다. 현재 위탁 자산의 75%를 돌려준다고 하나 손실에 대해 누가 민·형사 책임을 질지조차 불분명하다.

가상통화의 콜드 스토리지 저장이 안전성에 도움이 된다지만 여전히 30%의 가상통화로도 파산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내부자 횡령이나 절도에는 오히려 취약하다.

◇자율적인 불공정거래 규제를 통한 투명성 확보는 가능할까?

자율규제안에는 거래소 임직원의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 부정거래 행위 등을 금지한다고 했지만 투자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각종 사건·사고의 중심에 가상통화거래소가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가상통화 거래자들은 세력에 의한 시세조작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었다.

6월 빗썸의 정보유출 사건은 비상임이사가 개인 PC에 거래자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내부 유출인지 외부 해킹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가상통화 거래의 실시간 시세차트를 보면 주식이라면 당장 시세조작으로 의심받을 만한 정황이 많다.

매도·매수 호가 사이가 떨어져 있는 구멍 뚫기, 위아래 물량 벽 쌓기 등이 수시로 발생한다. 국내 시세는 해외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거나 역주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거품 가격을 포함한 국내 시세가 거래소간 똑같이 움직이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시세조작을 목적으로 스스로 사고 파는 자전 거래에 대한 규제가 없다. 거래의 상당 부분은 ‘자동봇’이라고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한밤중에도 끊임없이 이뤄지지만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아직까지 이런 의혹들이 제대로 밝혀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안전성·투명성을 위한 필수장치도 없는 허울 뿐인 대책과 자율규제

정부는 가상통화 문제를 해킹이나 일반인의 투기과열이라는 외부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다. 또한 가상통화거래소는 자율규제안을 내세우면서 제도권내로 합법화하고 진입장벽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정작 정부 대책이나 거래소 자율규제안 어디에도 거래의 안전성·투명성을 확보하는데 가장 필요한 장치는 없다.

가상통화 거래 안전성의 최대 문제는 증권시장의 클리어링 하우스(Clearing House) 같은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주식거래는 한국거래소에서 거래가 체결되고 증권·예탁금은 한국예탁결제원에서 관리한다. 증권회사는 단지 거래를 중개할 뿐이다. 반면 가상통화거래소는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증권회사의 3가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해킹이나 내부자 횡령·절도에 취약한 구조다.

게다가 투자자들이 거래소의 고의적 서버 다운, 시세조작 세력 등을 의심하는 상황인데도 거래내역 실태조사는 쏙 빠져있다.

지금같이 가상통화 거래의 안전성·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어설픈 규제로는 불법의 합법화 기회를 제공해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2월 20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태형
김태형 zestth@mt.co.kr

곡학아세(曲學阿世)를 경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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