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20대들과 토론… '머쓱''당혹'해 하기도

(서울=뉴스1 곽선미·진동영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일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해 20대들과 반값등록금,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해서 뜨거운 토론을 펼쳤다.

특히 20대 토론자들은 한나라당과 홍 대표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과 질타를 쏟아내면서 홍 대표가 머쓱해 하거나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 포착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이날 밤 10시 케이블방송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에 출연해 한미FTA에 대한 당대표로서 대원칙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없다"며 "(강행처리에 대해서는) 원내대책은 원내대표 소관이라 그쪽 의중을 최대한 존중해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끝장토론에 참가한 20대 청춘토론단 이재욱(26)씨는 한미FTA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예전 홍 대표께서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국가소송제는 문제가 크다고 한 바 있는데 왜 한입으로 두말을 하나"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홍 대표는 당혹스러운 듯 쓴웃음을 지으며 "야당 때 했던 말인데 원래 ISD 자체를 알지 못했다"면서 "김종훈(외교통상부 통섭교섭본부장)에 물어보니 이미 67년부터 맺기 시작했고 83개 81개 나라와 ISD를 맺었다고 하더라"고 해명했다.

토론자가 '문제가 있다면 체결 이전에 재논의하는 게 맞지 않냐'고 거듭 주장하자 "ISD를 한 것은 노무현 정부"라고 반박하며 "열린우리당과 정동영(민주당 최고위원) 장관 등이 'ISD가 필요하다'며 그 당시 다 주장했었다"고 맞섰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심야회동을 갖고 여야정 합의문을 도출했으나 최종 파기된 데 대해서는 "민주당이 요구한 보완대책을 99%로 다 들어주고 민주당이 만든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자신들이 뒤집은 것인데 우린들 무슨 도리가 있나"라고 밝혔다.

토론자가 볼리비아의 ISD 피해사례를 들어 재반론을 펴자 "대한민국이 볼리비아나 그런 나라처럼 형편없이 당할 나라인가"라며 "학생의 지적은 세계 81개국과 ISD를 맺은 대한민국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 상에서 'FTA를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하면 내년에 알아서 하라'라는 여론이 많다는 의견에는 결연한 표정으로 "국익을 위한 판단이라면 개인적 당락에는 관심 없다"고 답했다.

FTA를 갑자기 서둘러 처리하려는 것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미(美) 오바마 대통령에게 떳떳하게 말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그 논리는 트위터에서 나오는 논리"라고 잘라 말하며 "서두른 게 아니라 이미 FTA 논쟁은 4년6개월이나 지속돼 왔다"고 반박했다.

대학생들의 최대 관심사인 반값등록금에 대한 논쟁도 거셌다.

자신을 투잡족이며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한 나동혁씨(27)는 "한나라당은 지난 총선 대선 때 반값등록금을 공약했지만 현재는 5% 대안만을 제시하고 있다"며 "도대체 다음엔 어떤 꼼수로 대학생들을 유인할지 궁금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그것은 참 아픈 지적"이라고 수긍하며 "지난번에 반값등록금은 참 잘못한 공약"이라고 말했다.

또"이런 말을 하면 또 싫어할 수 있겠지만 노무현, DJ(김대중) 정부시절에 이미 너무 올라 바로잡을 틈도 없이 공약을 내걸었다"며 "지금도 등록금 인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여러분들의 고지서에 인하돼 찍히도록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솔샘씨(21)는 "지난 6월 대학생들이 거리에서 반값등록금 집회를 하면서 한나라당은 2014년까지 년간 10%씩 총 30%를 삭감토록 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새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며 그 정책이 없어지고 대신 연간 100만원의 대학장학금을 받게 해준다고 했다. 이는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1500시간을 한다고 할 때 약 150시간을 줄여주는 셈인데 과연 효과적 대처방안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홍 대표는 "제가 대표가 된 뒤 정책을 살펴보니 현실화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차상위계층 학생을 우선 배려해 등록금 혜택을 대폭 해주고 그 다음 대학을 구조조정해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대학생들이) 정말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나 재정상 문제로 계층별 지원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패배 요인을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기윤씨(26)는 "한나라당을 떠올릴 때 블루컬러, 고급오픈카를 타고 농촌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며 "왜 20대에게, 특히 10·26 보궐선거에서 이런 이미지가 생겼나"라고 물었다.

황귀빈씨(25)도"한나라당은 이번 보선에서 네거티브 선거전을 지속했다"며 정치인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에 대해서도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냐고 생각하는 낡은 시선이 한나라당의 패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한나라당이 젊은 세대와 친구가 되기보다는 권위적으로 대처하고 부자를 위한 정당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싫어한다고 들었다"고 운을 뗀 뒤 "그 점은 수긍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대기업을 좀 봐주는 정책을 썼고 그 뒤 서민정책으로 돌아섰는데도 이른바 '낙인효과'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네거티브 선거전은 "명백히 검증 차원이었다"며 "서울시장 자리는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검증 차원의 문제 제기였을 뿐이며 검증과 네거티브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한 토론자가 "그런 생각을 계속 갖고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할 것"이라고 단언하자 홍 대표는 "서로 할 말을 해야지, '내년에 진다'는 식으로 처음부터 토론을 막아버리면 내가 더 할 말이 없다. 지금 집에 가야 한다"며 다소 언짢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홍 대표의 개인적인 '구설수'도 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한 여성 토론자는 한 일간지 기자에게 험한 말을 했던 사례와 지난 8월말 강용석(무소속)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된 점을 잇달아 거론하며 "여당의 지도부가 그 정도로 성적인 부분에 세심하지 못하다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에 재학중인 또 다른 여성 토론자는 얼마 전 홍 대표가 홍익대 대학생들과 타운미팅을 가진 자리에서 이대생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조심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홍 대표는 머쓱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학 시절 첫 미팅을 한 상대가 이대생이었고 제가 삼류고등학교를 나왔다고 말하자 바로 나간 사례가 있어 18세 용어로 에피소드를 말한 것이 와전됐다"며 "깡패잡는 강력부 검찰을 오래해서 말이 좀 거칠었다. 농담으로 이야기해도 가십거리가 되어서 요즘엔 조심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용석 의원 부결안은) 한나라당 의원 등이 자기 편이라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부결안에) '반대'를 많이 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반한나라당 정서가 싹텄다면 한나라당 책임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은 각 당 대표들과 20대들이 현안과 20대의 고민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는 차원에서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이 특별히 마련한 자리이다.

다음주에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