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강력부 검사 약혼녀집서 돌연사, 왜?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결혼을 앞두고 약혼녀 집에서 예비장인과 음주를 한 후 돌연사한 30대 수원지검 강력부 검사의 사인은 무엇일까. 법원은 이 검사의 사인에 대해 '과로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6부(부장판사 함상훈)는 약혼녀 집에서 잠자다 사망한 정모씨(당시 32세)의 부친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 보상금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과로나 스트레스보다 과도한 음주가 사망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수원지검 강력부 검사로 근무했던 정씨는 2010년12월12일 약혼녀의 집에서 약혼녀의 부모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예비장인과 함께 알콜 40도의 700ml 양주 1병과 1000ml 양주 반 병을 마셨다.

사진=이미지비트

술에 취해 거실에 잠이 든 정씨는 잠든 상태에서 한차례 구토를 했고, 여자친구는 이를 닦아주고 정씨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영화를 본 뒤 새벽 2시20분경 정씨를 살펴봤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지난 2009년4월 수원지검 검사로 임용된 정씨는 2010년2월 조직범죄 및 마약 수사를 전담하는 강력부에 배치돼 근무하며 폭력조직인 화성연합파 조직원 25명을 검거하고 '마발이' 도박판을 운영해 온 조직폭력배들을 검거하는 등 성과를 올렸으며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재판부는 "망인의 사망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되려면 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밝혀져야 하므로 사인의 규명이 선행돼야한다"며 "검시관과 검안의 등 모두 사망원인을 불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망인이 사망 당시 건강했으며, 나이가 30대 초반이고 강력부에 배치된 후 사망시까지 약 10개월의 기간은 망인이 업무에 적응하기 충분한 기간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업무상 과로가 돌연사를 초래할 정도로 과중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망인이 사망하기 전 수일간 야근한 사정은 보이지 않으며 당시 송년회 등으로 잦은 음주를 했다"며 "약혼녀의 집에 방문해 많은 양의 술을 마시고 쓰러져 잠이 든 점에 비춰 과로나 스트레스보다는 과도한 음주가 내인성 급사의 한 유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정씨의 부친은 정씨가 신예검사임에도 베테랑 검사들이 담당하는 강력부에 배치되자 자부심과 부담감으로 업무에 매진해 성과를 이루는 과정에서 잦은 야근과 주말근무로 과로가 누적됐다고 주장했다.

부친은 정씨가 업무와 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음주라는 우발적 요인이 경합해 내인성 급사한 것으로 공무상 사망에 해당하므로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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