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시 진짜 안전자산은? 지는'금' 뜨는'유로'

글로벌 증시 대혼란에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금은 그 지위가 예전 같지 않다. 반면 유로화는 뚜렷한 강세를 보이면서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주목 받고 있는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선물 12월물 가격은 전거래일대비 0.52% 하락한 온스당 1153.60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지만 금 가격은 상승은커녕 오히려 떨어졌다.


이날 금 가격 하락은 투자자들이 주식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금을 팔아 현금 보유를 늘렸기 때문이다. 신용거래로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시 일정 수준의 증거금을 유지해야 하는데 금 매각으로 이 보충분을 채운 것이다.

금선물 가격은 지난 5일 온스당 1085.60달러 5년반만에 저점을 찍은 후 현재까지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상승폭은 이전 하락세에 비해 아직 미미하다. 이런 가운데 이번 글로벌 증시 대폭락에도 금 가격이 떨어지자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이 더 이상 안전자산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CNBC가 금융분석플랫폼업체 켄쇼를 통해 분석한 결과 시장 불안정성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금 가격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가 한 달 안에 80% 이상 급등하는 상황시 금 가격은 이 기간 중 절반이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평균 하락률은 1%가 넘었다.


과거 상황을 살펴봤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05년 이후 S&P500지수가 한 주간 6% 이상 빠진 상황은 총 18 차례인데 이 기간 중 61% 동안 매도세가 우위를 점했다. 평균 등락율은 -0.1%이었다. 다우존스지수가 같은 상황이었을 때는 더 나빴다. 전체 거래기간의 73%가 매도 우위였으며 평균 1.3% 하락했다.

미국 밖도 마찬가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한 주간 10% 이상 떨어졌을 때도 금 가격은 전체 거래시간의 절반이 하락세였다. 평균 상승률 또한 0.2%에 불과했다. 그리스 부채 우려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커졌을 때도 금 가격은 대체적으로 하락 거래됐다.

이와 달리 유로화는 최근 뚜렷한 강세를 나타내며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부각됐다. 지난 2주간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대비 4.5% 올라 기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엔, 스위스프랑과 비등한 상승률을 보였다. 블랙먼데이가 발생했던 24일에도 강세를 지속하며 유럽 증시 마감시간 기준 1.8% 상승했다.

유로존 경제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것이 유로화 강세에 기여한 가운데 유로화가 이제 안전자산의 반열에 올랐다는 관측이 커진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외환부문 선임투자전략가는 "최근 들어 유로화에 대한 숏(매도) 포지션이 급감했다"며 "유로화가 확실히 안전자산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THS파트너스의 카토 스토넥스 펀드매니저는 "국제 유가 하락, 경제구조 개혁 등이 더해지면서 유럽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은 유로/달러 환율이 올해 3분기 1.13달러, 올해말 1.1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 전망에서는 3분기와 올해말 모두 1.05달러를 예상했었다. 노무라증권의 옌스 노르빅 연구원은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이 불확실해진 만큼 유로화와 달러화의 1대1 등가(패리티)는 가능성이 극히 줄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유로화를 안전자산으로 여기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수석 시장연구원은 "중국 및 미국의 상황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9월 금리 인상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FRB와 유럽중앙은행(ECB)간 통화정책 차이로 내년 중반까지 유로와 달러의 등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