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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의 폴리티션!]'최순실 개헌'의 반전 혹은 임기 1년짜리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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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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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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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정치권에서 분출되는 거국내각 구성 요구 明과 暗

[김태은의 폴리티션!]'최순실 개헌'의 반전 혹은 임기 1년짜리 대통령
"이건 나라도 아니다"라고 부인당하고 "대통령이 사라졌다"는 선언이 나왔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없이 정권재창출은 없다던 집권여당 대선주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이제 막 열렸을 뿐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더이상 국정을 이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망선고가 일찌감치 내려진 셈이다.

박 대통령에겐 영원히 '레임덕' 따위는 없을 것처럼 막강하기만 했던 대통령 권력이었는데 대통령의 '말과 의상'을 지배했다던 한 여성으로 인해 한순간에 방전된 듯 작동을 멈췄다. 박 대통령은 임기 4년 간 개헌을 가로막던 '대통령 둑'을 스스로 무너뜨리더니 그마저도 하루도 가지 않아 '최순실 블랙홀'에 덮여버린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 탄핵 뿐 아니라 하야 요구까지 심심찮게 들리지만 정치권은 오히려 잠잠하다. 탄핵의 역풍에 대한 우려도 우려지만 대선을 1년여 앞두고 꿈틀대는 정치지형이 어떤 식으로 움직일 지 불확실한 상황 탓이 크다. 여권에서는 김영삼정부 때 이회창이나 이명박정부 때 박근혜처럼 대통령 권력을 대신할 미래권력이 부재한 상태고 야권에서는 멀찌감치 앞서가는 문재인의 뒤를 쫓는 '잠룡'들이 호시탐탐 뒤집기 한판을 노리고 있다.

이들이 탄핵 대신 던진 카드는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이끄는 거국내각 구성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 공동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들 뿐 아니라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등 새누리당의 비박(비박근혜)계 대선주자들도 연일 거국내각의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거국내각은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 여야가 고루 행정부 각료로 참여하는 정부 형태다. 대통령이 연관된 측근 비리 수사를 공정하게 이끌어가도록 할 필요성과 함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국정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대두된 대안이다.

그런데 여기엔 전제가 있다.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대신 여야 모두 지지하는 국무총리가 국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부의 1인자인 대통령의 빈자리를 2인자인 총리가 채우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이긴 하나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총리가 나눠가진다는 이 구상이 어딘가 낯익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서 각광받는 분권형 개헌론의 '레파토리'와 매우 닮아있다. 거국내각의 총리는 국회가 선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여야 정치권의 지지를 받아 국정 주도권을 쥐게 된다는 점에서 분권형 개헌의 '프로토 타입'과 같다.



거국내각은 내각제 국가에서 성립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세계2차대전 당시 영국의 처칠 총리가 이끈 전시내각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이 총리와 장관을 임명하고 행정부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대통령제에서는 두 개 이상의 정당이 참여하는 연립내각은 물론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거국내각은 나타날 수가 없다.

노태우정권 마지막해인 1992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민주자유당을 탈당하고 중립적인 인사로 내각을 출범시키며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선언한 적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거국내각이라 하긴 힘들다.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색채가 옅은 인사로 내각을 꾸린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선을 겨우 석 달 남겨놓고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차원이었지, 국정 운영에 여야가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거국내각은 이와 다르다. 대선까지 1년여의 시간이 남았고 그 구성에 필히 여야 간 합의를 필요로 하는 연립정부의 성격을 띠게 된다. 이른바 중앙정부에서 연정이 구현되는 사상초유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거국내각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대통령 중심의 국정운영 사고방식을 벗어나 권력구조 개편의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분권형 개헌이 권력 나눠먹기가 아닌 협치의 시대정신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눈으로 확인시켜줄 절호의 기회니 말이다. '최순실 개헌'으로 자칫 사그러들려는 개헌의 불씨가 거국내각을 통해 살아나는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개헌만큼은 아니더라도 거국내각 구성 또한 결코 평탄하지 않은 길이다. 대통령 권한을 대폭 빼앗아 총리에게 이를 대행하게 하는 것으로 대통령 탄핵에 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권한 행사를 막을 도리가 없다.

대선정국 속 거국내각이 여야 협치 대신 여야 '헤쳐모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존의 여야, 정당 구도를 흐트러뜨려 대선 판도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잘만 하면 임기 1년짜리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꿍꿍이로 거국내각의 총리를 노리는 이들도 나타난다. 대통령 권력의 공백을 틈타 차기 대통령 다툼이 가열되는 꼴이다.

이왕이면 거국내각이 정치 불신을 해소하고 대선주자들이 새로운 국가 리더십을 제안하는 경쟁하는 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보다 먼저 국정운영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거국내각 구성을 거부하는 청와대를 상대로 대선주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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