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소법원도 '反이민 행정명령' 제동…트럼프 "대법원에서 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잠정 불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미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 사진=AFPNews1

이슬람 7개국 이민자, 영주권자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 일시 중지가 일단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국가안보를 내세우며 다시 대법원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은 반 이민법 행정명령 중지 판결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항소심은 반이민 행정명령의 법적 효력이 중단되면서 치명적인 피해가 초래됐다는 근거를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항소법원 판결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법정에서 만나자"고 언급했다.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임을 밝인 것이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로바트 판사가 반이민행정명령을 일시 중단하라고 결정한 데 불복해 항소한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항소 의견서에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의 반이민 행정명령 집행정지 판결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행정명령이 즉시 효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이 외국인의 어떤 종류의 입국 허가도 정지시킬 수 있으며 그 권한에 대한 검토가 불가능하다는 의회의 판단을 시애틀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로바트 판사의 판결 직후 "일개 판사가 미국을 그렇게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그 판사는 우리의 나라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들어오게 했다. 나쁜 사람들이 매우 행복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로바트 판사의 판결을 이끌어낸 워싱턴·미네소타 주정부는 반이민 행정명령이 이민자와 미국 영주권자를 차별하고 종교자유회복법안(Religious Freedom Restoration Act)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행정명령이 종교의 자유와 평등한 보호에 대한 권리, 종교와 국적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담은 수정헌법 제1조와 제14조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갈등 국면으로 몰고와 주목을 받았다.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약 6만여명의 해당 국적 이민자들과 여행객들의 발이 묶였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존 케리 전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전직 고위 관료, 시민단체 등도 행정명령에 공개 반대에 나섰다. IT 기업들 97개사도 행정명령에 반대한다며 법적 의견서를 샌프랜시스코 항소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항소법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서 트럼프 정부는 큰 위기를 맞게됐다. 취임 21일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정책이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대법원까지 들고 갈 가능성이 커졌다. 국가안보를 내세우며 반이민 행정명령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는 상황이다. 대법원에서는 진보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4대 4로 맞서고 있어 항소법원 결정을 뒤집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내정한 보수성향의 닐 고서치 항소법원 판사는 아직 의회 인준 절차가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반 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법적공방이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