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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과 결혼? 재산분할 포기각서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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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혜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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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23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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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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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귄 지 6개월 정도 되는 남친과 얼마 전 결혼하기로 하고 결혼준비를 하고 있는 중인데, 이 결혼을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많이 되네요.

이 사람과 꼭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좀 사귀어보자는 생각으로 몇 번 만났는데 남친이 제가 좋다면서 결혼하자고 하더라고요. 성격도 그만 하면 무난해보이고 직장과 집안도 괜찮아서 결혼상대로는 좋아보였습니다. 결혼하면 부모님이 신혼집으로 아파트를 사주신다고 한 것도 마음에 드는 조건 중 하나였고요.

그런데, 문제는 남친의 부모님이 결혼도 하기 전에 자꾸 저한테 이런 저런 각서를 쓰라고 하신다는 거예요. 처음 인사드리러 갔을 때 남친의 부모님은 저를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지만 결혼을 반대하시진 않았습니다. 남친의 부모님이 저희가 살 집을 장만해주신다고 해서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어느 날 오라고 하셔서 갔더니 아파트 구매자금을 저와 남친이 빌린다는 차용증을 만들어놓고 저한테 사인을 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너무나 기가 막혀서 사인 못하겠다고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써놓고 사인하라고 하시네요.

남친은 이런 부모님을 강하게 말리지는 못하고 일단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각서를 써드리고 결혼을 하자고 합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나면 부모님 마음이 바뀔 거라네요.

만약 제가 이혼시 재산분할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게 되면 제가 이혼하게 될 때 정말로 재산분할을 못 받게 되는 건가요? 지금이라도 다 그만 두고 싶은데 결혼날짜까지 받아놓은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A) 결혼 전부터 재산분할포기각서 쓰라고 하시다니 남친의 부모님이 좀 특이하시긴 하네요. 그렇다고 섣불리 결혼 못한다고 박차고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마음의 갈등이 심하시겠어요.

아직까지 우리 정서에 결혼하면서 이혼할 경우를 대비해서 재산분배를 정하는 것이 낯설긴 하지요. 하지만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아들 결혼시키는 부모님들은 대개 내심으로는 남친의 부모님 같은 걱정을 하는 건 사실이예요. 이혼이 드물지 않은 시대인 데다가 장가보내면서 집 마련해주는 자금이 보통 몇 억씩 드니 걱정이 될 만도 하지요.

신랑 부모님 입장에서야 아들 집 마련해주려고 평생 힘들여 모은 목돈을 내줬더니 (그 분들 입장에서 보면) 별로 한 일도 없는 며느리가 이혼하면서 가져가버릴까봐 염려하시는 것, 아주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 않나요? 결혼은 생활이고 현실이니까요. 대부분 마음 속으로만 걱정하는데 남친의 부모님은 그 걱정을 겉으로 표시하고 계신 것이 다를 뿐이지요.

한 때 인기있었던 ‘섹스앤더시티’라는 미국 드라마에 보면 여자주인공 중 한 명이 결혼 전 혼전계약(prenuptial agreement)을 하면서 변호사 친구의 조언을 받아서 이혼시 위자료 액수를 올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실은 이런 혼전계약이 우리나라에서도 법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답니다. 우리 민법에 보면 부부가 혼인 전에 혼인 중의 재산에 대해서 자유롭게 약정을 맺을 수 있고, 이 약정을 등기소의 부부재산계약등기부에 등재를 하면 제3자에게도 대항을 할 수 있게 되어 있거든요(민법 제829조).

결혼 전에 한 부부재산계약이 유효하다고 하니 선생님이 이혼시 재산분할청구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고 결혼을 하면 선생님은 정말로 재산분할을 못 받게 되는 걸까요? 그렇게 볼 여지도 있어보이는데 우리 법원은 그건 아니라고 하네요. 재혼부부의 이혼사건을 다룬 판례에서 재혼부부가 결혼 전에 ‘이혼시 재산분할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은 무효고 재산분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거든요.

결혼 전에 한 부부재산약정은 유효하다고 하면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한다’는 약정은 무효라니 이건 뭔가 모순되지 않나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우리 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시에 비로소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에 결혼전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아직 발생조차 안한 것이거든요. 권리가 있어야 포기를 하지 없는 권리를 어떻게 포기하느냐 이렇게 봐서 그런 판결이 나온 거예요.

결론적으로 남친의 부모님이 원하는 각서가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단순한 문구라면 이 각서는 무효니까 써주셔도 이혼시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부부재산약정을 하는 사례가 별로 없고 판결을 받은 사례도 거의 없어서 앞으로 법원의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게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러니 남친의 부모님이 쓰라는 각서만 빼고 남친의 다른 점은 다 좋다면 어차피 무효일 각서 써주시고 결혼을 하셔도 될 듯 합니다. 하지만 각서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결혼 전부터 이혼시 재산분할을 문서로 정하시겠다는 남다른(?) 남친의 부모님이 결혼 후 선생님을 어떻게 대할지가 아닐까요? 각서의 효력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이 부분에 대한 심사숙고는 선생님의 몫이네요.

"우리 아들과 결혼? 재산분할 포기각서 써라"
[2005년부터 10여년 간 가사소송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10여년간의 가사소송 수행에서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5월 22일 (05:15)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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