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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도는 물길·산길…가을이 아우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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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병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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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3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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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 / 제천 청풍호

우리나라 내륙 깊은 곳에 자리해 흔히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충주호. 1985년 충주댐을 지으면서 생긴 이 인공호수의 공식 명칭은 '충주호'지만, 제천 사람들은 따로 '청풍호'라 부른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떵떵거리던 청풍 옛 고을이 호수 속에 고스란히 잠겨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제천과 독립된 하나의 고을이었던 청풍은 제법 유서 깊은 곳이었다. 고을의 관문인 팔영루 앞엔 역대 관리들의 송덕비가 즐비했고, 강가 언덕엔 날아갈 듯 자리한 한벽루(寒碧樓)가 시인묵객을 불러들였다. 이런 영화는 남한강 따라 배가 오르내리던 20세기 중반까지도 계속됐다. 그러나 도로와 철길이 늘어나면서 서서히 힘을 잃기 시작했고,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자 결국 청풍 고을은 지도에서 사라져버렸다.



옛 고을 문화유산 모아놓은 청풍문화재단지

강을 따라 이어지던 길과 유적들은 물에 잠겨버렸고, 거기에 수천년간 대를 이어오며 살던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기록엔 이때 3개군 13개면 66.48㎢가 수몰됐으며 5만명 가까운 이주민이 생겼다 한다.

당시 마을이 물에 잠기자 청풍면 일대에 있던 수많은 유물들을 옮겨와 옛 고을을 재현한 곳이 바로 청풍문화재단지다. 현재 이곳엔 보물 2점(한벽루, 석조여래입상), 지방유형문화재 9점(팔영루, 금남루, 금병헌, 응청각, 청풍향교, 고가 4동), 지석묘, 문인석, 비석 등 42점과 생활유물 2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이 전시물들은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덧 남한강 상류의 화려했던 옛 문화를 짚어보는 산실로 자리 잡았다.

이곳의 유물들은 영화촬영장의 세트처럼 전시용으로 만든 게 아니라 사람의 손때가 수백년간 묻어 있어 여간 정감이 가는 게 아니다. 어느 집이든 처마밑과 부엌엔 옛 농가의 모든 살림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지게, 키, 바가지, 멍석, 광주리, 사기그릇, 놋숟가락…. 그리고 화단의 수목은 계절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니 어느 계절에 들어서도 좋기만 하다.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고샅길을 올라 옛집으로 들어서면 금방이라도 툇마루에서 장죽 물고 담배 태우던 어르신이 "뉘신가?"하며 맞아줄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 마을에서 제일 눈에 띄는 문화재는 한벽루(보물 제528호)다. 여느 누각과는 달리 날개가 하나 더 달려 있어 생동감이 넘치는 한벽루는 고려 충숙왕 때인 1317년에 연회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고, 이후 풍류객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밀양의 영남루(보물 제147호), 남원의 광한루(보물 제281호)와 함께 본채 옆으로 작은 부속채가 딸려 있는 조선시대 누각 건물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청풍문화재단지를 들렀다면 정상인 망월산성까지 꼭 다녀오자. 산성 망루에선 청풍호 푸른 물결 너머로 금수산(1016m) 자락의 붉은 바위들이 수놓은 절경과 162m짜리 '청풍호반 수경분수'가 물을 뿜는 장관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여행객에게는 청풍호 풍광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지만, 고향 잃은 수몰민들은 물끄러미 호수를 바라보며 물에 잠긴 추억을 건져 올리는 곳이기도 하다.

유물들을 구경하며 산성까지 산책 삼아 천천히 다녀오는 데 보통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가에 소국이 활짝 피어 있어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관람시간 하절기(3~10월) 09:00~18:00, 동절기(11~2월) 09:00~17:00. 입장료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료는 없음. 전화 043-641-4301~2



가을 호수를 끼고 돌아가는 아름다운 길

청풍문화재단지를 벗어난 뒤 다시 청풍교를 건너 우회전하면 호젓하게 청풍호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능강리다. 산허리를 감도는 꼬불꼬불한 길은 맑은 가을 호수와 제법 잘 어울린다.

능강리에 이르러 호수를 따르던 길에서 벗어나 한적한 산길을 얼마쯤 오르면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정방사(淨芳寺)다. 이 자그마한 절집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남한강변의 벼랑을 끼고 돌아서 세시간쯤 걸어 올라야만 찾아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만큼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이젠 절집 턱밑에까지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정방사는 의상이 터를 잡은 절집답게 조망이 좋다. 법당 앞뜰에서 바라보면 발 아래 펼쳐진 잔잔한 호반 너머로 월악산(1094m)이 높이 솟았고, 그 둘레로는 첩첩이 펼쳐진 백두대간 산물결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정방사를 벗어나 정겨운 산골마을들을 지나다 보면 솟대공원이 반긴다. 솟대는 기러기나 오리 등의 새를 높은 장대 위에 형상화한 조형물로서 고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희망의 매개체. 이곳엔 솟대전문 조각가 윤영호 씨의 작품 수백여점이 전시돼 있다. 주차·관람 모두 무료다.



솟대 구경을 하고 나서면 이내 옥순대교. 다리 건너기 전 우측에 조성된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다리를 여유롭게 거닌다. 청풍호의 속살이면서 단양팔경에도 속하는 옥순봉·구담봉을 가까이서 감상하는 즐거움에 마음은 넉넉하다.

호숫가에 비쭉 솟은 옥순봉(玉筍峰)은 희고 푸른 바위가 비온 후의 죽순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깎아지른 듯한 바위봉우리는 거북을 닮아 구봉(龜峰)이고, 물속에 있는 바위는 거북무늬를 띠고 있어 구담(龜潭)이라 불리니 합해서 구담봉이 됐다. 겸재 정선(鄭敾, 1676~1759)과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도 이곳 풍광을 그렸는데, 비록 배를 타지 않더라도 다리 위를 거닐다보면 마치 그 화폭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옥순봉은 조선시대엔 청풍군(지금의 제천시 청풍면)에 속해 있었다. 단양 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이 옥순봉을 단양팔경에 넣으려고 했으나 청풍군수가 이를 허락지 않자 옥순봉이라 이름 짓고, 석벽에 '단구동문'이라 새겨 단양의 관문이 됐다고 전한다. 지금은 결국 단양팔경의 하나가 됐다.


여행정보

●교통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남제천 나들목→82번 국가지원지방도(청풍문화재단지 방면)→청풍교→청풍문화재단지. 정방사와 옥순대교 쪽으로 가려면 다시 청풍교를 건너 우회전하면 된다. <수도권 기준 2시간30분 소요>

●숙식 교리관광단지엔 호수 전망이 좋은 청풍리조트호텔(043-640-7000)을 비롯해 청풍랜드(043-648-4151), 청풍여관(043-648-0021), 뉴월드장(043-652-3843) 등이 있다.

능강리지구의 전망 좋은 언덕에 자리 잡은 ES리조트(02-508-0118 www.esresort.co.kr)는 유럽풍의 휴식 공간이다. 주변엔 금수산모텔(043-653-8254), 능강리민박(043-653-7997)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민물매운탕, 토종닭 요리 등을 파는 식당도 여럿이다.

청풍문화재단지 근처의 학현리에 금수산민박(043-648-0471), 아름마을팬션(043-648-1258), 물태리에 장평가든(043-647-0151), 청풍원룸민박(043-648-3934), 청풍민박(043-647-7945), 꺼먹돼지민박(043-648-3156) 등이 있다.

●참조 제천시청 대표전화 043-645-7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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