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내년 프랑스 정상회의, 기축통화 전쟁터 부상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기축통화 문제를 주요 의제로 설정하겠다. 책임감을 갖고 선진국과 신흥국들을 함께 이끌어가겠다."

서울 G20 정상회의 폐막으로 의장국 자리를 물려받게 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출사표를 던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 G20 정상회의를 반드시 성공시켜 자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해 '2012년 대선 재출마'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프랑스는 내년 정상회의에서 '국제통화체제' 개편을 핵심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특정 국가의 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통용되면서 불거지고 있는 문제점을 점검하고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 시스템 도입을 논의하겠다는 의미다.

프랑스는 당장 내년 2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종식시킬 해법으로 기축통화에 대한 문제를 점검하고 기축통화를 다양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


기축통화 개편 논의는 지난해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가장 먼저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같은 의제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달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6000억달러 규모 2차 양적완화를 발표를 계기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프랑스가 주도하고 있는 기축통화 논란에 최근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이 속속 가세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와 중국은 기축통화 이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며 전략적으로 제휴할 태세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주요 통화(기축통화)의 발행국은 통화 가치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통화정책을 책임있게 운용해야 한다"며 "(달러화를 대체할) 글로벌 기축통화 메커니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국제 무역거래에서 달러화를 대체하는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며 "브릭스 국가는 이미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흥국들이 기축통화 논란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도 "달러화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국제 무역 결제 수단으로 쓰자는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SDR은 IMF가 회원국의 출자금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상의 화폐단위다. SDR은 달러(44%), 유로(34%), 엔(11%), 파운드(11%) 바스켓을 정해진 비율로 섞어 가치를 산출한다. 특정 통화의 가치 급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을 지닌다.

최근 논의의 핵심은 SDR 바스켓에 중국 위안화를 포함시켜 5개 통화 바스켓으로 기축통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새로운 기축통화 도입 논의 자체를 꺼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 관료 출신인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최근 '변형된 금본위제' 도입을 제안하는 등 미국 내부에서도 기축통화 논의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내년 주요 8개국(G8)과 G20 의장국을 모두 맡게 된 프랑스는 G20 정상회의를 내년 11월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대도시인 파리보다는 휴양도시로서 국제회의 시설이 잘 갖춰진 칸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