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팔고 하이닉스 사셨나요?"

"표정이 왜 그래요,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팔고 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 사놓고 안 그런 척 하는 사람들처럼..."

개그 유행어를 빗대 최근 증권가에 회자되는 농담 중 하나다. 이 농담은 국내의 대표 IT기업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현재 처지를 적절히 비유하고 있다.

장기간 체면을 구겼던 삼성전자는 요즘 '욱일승천'의 기세다. 한때 70만원대까지 밀렸던 주가는 12월 들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지난 14일에는 93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꿈의 100만원대 진입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증권가도 호평 일색 아래 앞다퉈 목표가를 올리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4일 삼성전자의 6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95만원에서 11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 근거로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올해 4분기 바닥을 찍고 내년 1분기부터 빠르게 반전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디 램(DRAM) 및 액정표시장치(LCD) 업황이 1분기 말부터 회복세 반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비메모리 실적이 견조하며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등 통신부문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영업이익은 16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도 "갤럭시탭 판매 등으로 증가된 통신부문 이익이 디램 가격 하락을 반영한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 하락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95만원에서 110만원으로 상향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디램 시장 지배력 강화와 모바일 환경에 가장 적합한 제품 라인업, 태양광 등 신성장동력 투자 확대로 장기 성장 모멘텀 확보 등 3가지 구조적 변화를 제시하며 목표주가를 125만원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부활과 더불어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삼성전자의 펀드 편입 비율을 경쟁적으로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백조'로 변신한 것과는 달리 하이닉스는 여전히 어두운 터널 속에 있다.

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4월에 2만9400원까지 올랐지만 하강 추세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2만4000원대다.

하이닉스는 12월 들어 지난 14일 종가 기준으로 5% 가량 오른데 비해 삼성전자는 12.7%나 뛰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 몸집이 비교가 힘들다는 점에서 수치 이상으로 격차는 커 보인다.

하이닉스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외국계 증권사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들어 UBS증권과 골드만삭스 증권은 하이닉스가 디램 가격 하락으로 4분기와 내년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혹평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디램 가격 하락에 따른 단기불황을 겪고 있지만 현주가는 이를 이미 반영한 것으로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일부 증권사는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며 현재 시점이 매수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물론 반도체가 주력인 하이닉스와 반도체 외에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주무기'로 동시 장착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동등하게 비교하기는 힘들다.

남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의 저점이 확인되지 않아 두 기업 모두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통신부문의 비약적인 성장이 현재의 주가 상승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고, 하이닉스는 디램 가격 회복이 더딘 것이 약점으로 작용하면서 희비가 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