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 없이 증시 오른다…美 경제 '청신호'

미 달러화와 뉴욕 증시가 동반강세를 보였던 지난 2달간의 움직임이 내년 경기 회복 전망을 지지해주는 청신호라는 의견을 전문가들이 내놨다.

CNBC는 23일 달러가 약세를 보일 때 뉴욕 증시는 강세를 보였던 통상적인 '공식'이 11월 초 이후 깨어졌다며 이 같은 전망을 전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차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11월 초 이후 달러는 5% 이상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증시도 비슷한 수준으로 뛰었다.

10월 이후 달러인덱스(DXY) 추이

이 같은 움직임은 경제위기 후 19개월간 이어진 추세와는 다른 보습이다. 지난해 3월 이후 주식시장이 랠리를 구가하는 동안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후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 공급에 박차를 가했고 그 부산물이 바로 약달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몇 주 간 달러 강세는 의아한 일이었다. 연준의 2차 양적완화 정책으로 6000억 달러가 시중에 풀리면 단기 금리는 더 내려가야 하는데 유동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0년 물 국채 금리는 이번 달 들어 3.4%를 기록하며 7개월 고점까지 올랐고 모기지 금리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4일 75.8이었던 달러인덱스는 23일 80.518까지 올랐다.


약달러는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호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를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 따라서 강세장과 함께 달러도 강세를 기록할 경우 환영할 만한 시나리오가 된다.

벨에어 투자자문사의 게리 플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2주간 일어났던 강달러와 금리 상승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가 되살아남으로써 가능했다"며 "금리 상승이 증시에 악재가 된다는 엄밀한 의미의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내년 경기 회복세에 대한 낙관적 의견을 내놨다.

나다브 바움 BPU 투자관리 부사장은 "투자자들은 달러가 안전한 통화인 동시에 기축통화가 되기를 여전히 원하고 있다"며 "달러가 생산성, 기업 실적, 배당금 증가, M&A 등의 '올바른 이유'로 오른다면 경기 강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여겨져 온 원자재 시장에서도 통념이 깨졌다.

원자재 가격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가 하락하면 원자재 가격은 상승한다. 그러나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동안 유가가 1년 고점에 오르고 면화, 옥수수, 밀 등도 상승세를 구가했다.

달러가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자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원자재 강세가 경기 회복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가트먼레터'의 편집자인 헤지펀드 매니저 데니스 가트먼은 "지난 몇 달 간 달러가 오를수록 모두들 반사적으로 즐거워했으며 투자자들은 점점 강달러를 두려워 하지 않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이 더 높아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달러 하락이라는 통념이 몇 주 전부터 급격하게 들어맞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재도 지나치면 악재가 될 수 있다.

글로벌 헌터증권의 리차드 헤이스팅스 투자전략가는 현재 80 수준인 달러인덱스가 83을 넘어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인덱스는 중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긴 하지만 대부분 유로화의 움직임과 관련돼 있다. 달러 강세가 유럽 악재로 인한 상대적 강세일 경우 반드시 환영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헤이스팅스는 "최근 몇 달 간의 트레이딩 모습을 볼 경우 지구상에 유로의 급격한 매도를 감당할 수 있는 기관이 그리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며 "비싼 달러를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역시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오르며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기 시작한다면 악재가 될 수 있다.

플램 매니저는 "유가가 어느 이상으로 오를 경우 이는 미국 경제에 역풍이 될 것"이라며 "경기 사이클 초기 국면에서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는 우려할 만한 대상이 아니지만 경기 순환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우려해야하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